미·러·중·영·프 5개국 정상, 이례적 “핵전쟁 막자” 공동성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3일 2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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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정상들
“핵무기는 방어적 목적, 다른 어떤 국가도 겨냥 안 돼”
4일 개최 예정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연기에 성명 발표
우크라이나 군사적 긴장 고조 중 나와
러시아 “이번 성명은 우리가 선제적으로 추진한 결과”

AP 뉴시스
AP 뉴시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개국(P5)이 3일(현지시간) 핵전쟁 방지와 군비 경쟁 중단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5개국(P5)이 이날 공동성명에서 “핵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으며 결코 싸워서도 안 된다”며 “핵무기는 방어적인 목적을 수행하고, 침략을 억제하고 전쟁을 방지해야 한다고 단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핵무기의 더 이상의 확산은 막아야 한다고 강력히 믿는다”고 덧붙였다.

공동성명은 또 “양자 및 다자간 비확산, 군축 군비통제 협정 및 약속을 보존하고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각자 핵무기의 의도되지 않은 사용을 막기 위한 국가적 조치를 유지하고 더욱 강화할 생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핵무기가 서로 또는 다른 어떤 국가도 겨냥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공동성명은 4일 열릴 예정이었던 핵확산금지조약(NPT) 전체회의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된 가운데 나왔다. 핵보유 5개국 NPT 대표들은 그동안 NPT 실무회의에서 핵전쟁 방지 공동성명 채택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NPT 평가회의가 연기되면서 P5 국가 정상들이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정상회담에서 “핵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으며 결코 싸워서도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전략적 안정에 관한 미국-러시아 대통령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면서 중국을 핵 군축 협상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성명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10일 고위급 협상을 실무 협상을 하기 일주일 전 나온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이번 성명이 “러시아 대표들의 적극적 참여로 준비됐다”며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성명에서 방어적 핵무기 사용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사용 제한 정책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이달 발표할 새로운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재래식 무기가 아닌 핵 공격일 때만 핵무기로 맞대응한다는 ‘단일 목적(sole purpos)’로 핵무기 사용 조건을 단일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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