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원자력, 환경재앙 될 가능성”… 오스트리아 “소송 불사” 표명까지
유럽의회-환경단체도 반대 의사… 佛은 에너지값 폭등에 ‘친원전’ 전환
회원국 정책기조 따라 찬반 엇갈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적인 ‘녹색 투자’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독일, 오스트리아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EU의 방침을 두고 27개 회원국이 각자의 에너지 정책 기조에 따라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슈테피 렘케 환경부 장관은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원자력은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을) 녹색 투자에 포함하는 것은 실수”라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EU 집행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환경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는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다”며 “초안이 시행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해 12월 31일 원자력 발전 개발을 친환경 투자로 분류하는 ‘지속가능 금융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회원국에 전달했다.
유럽의회의 반발도 크다. 스카 켈러 의원은 “EU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운 상황에서 이번 초안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세계자연기금(WWF)도 2일 일제히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전방위적인 반발은 예상된 결과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U 회원국마다 에너지 정책 기조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EU의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은 180도 다른 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신규 원자로 건설 재개를 선언했다. 2017년 취임 당시 2035년까지 원전 비율을 5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체코, 루마니아, 폴란드 등 가스 수입에 의존하는 많은 동·남유럽 국가들은 EU 초안에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자국 내 원전을 전면 폐쇄하고 있는 독일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중단을 선언했다. 독일 북부 그론데 원전 등 3곳의 운행이 지난해 12월 31일 완전 정지됐다. 남은 3개 원전도 올해 12월까지 폐기된다.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덴마크 등도 유사한 이유로 EU 초안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EU 초안은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아 도입을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 사고에서 비롯된 반핵 정서가 유럽 내에 팽배해 각국 내부적으로도 찬반이 엇갈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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