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만둣국 먹는다’는 아시아계 美앵커에 비난 쇄도…“너무 한국적”

  • 뉴시스
  • 입력 2022년 1월 4일 10시 29분


최근 미국에서 한 아시아계 언론인이 받은 인종차별성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셸 리는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지역 방송사 NBC 앵커로 일하며, 화려한 수상경력에 빛나는 한국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지난 1일 “나는 (새해에) 만둣국을 먹는다. 많은 한국인이 그렇게 한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인종 차별 발언을 들었다.

익명의 여성이 음성 메일을 통해 “(리가) 너무 아시아인처럼 군다”라며 “한국인 (정체성은) 혼자 간직하라”고 리를 비방한 것이다. 이 여성은 “백인 앵커가 ‘백인들은 새해에 이런 걸 먹는다’라고 말하면 어땠겠냐”라며 리의 발언을 지적했다.

새해 첫날 해당 음성 메시지를 듣고 낙심한 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음성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공유했다.

리가 사연을 공유하자 많은 이들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제각기 신년 맞이 풍습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SNS 사용자들을 비롯해 저널리스트, 작가, 정치인, 운동가 등 각계에서 리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아주 아시아인다운(VeryAsian)’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인종차별을 겪은 경험을 공유했다. 일부는 명절에 먹는 만두 사진을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샤오칭 슈는 약 20년 전 그가 겪은 경험을 SNS에 공유했다. 그는 “재직 중이던 신문사에 한 독자가 편지를 보내 (내가 기고한) 차(茶) 기사를 두고 비난했다”라며 “미국인을 고용했어야 했다며, 회사를 비난하고 (나를) 포춘쿠키라고 불렀다”라고 회상했다.

세인트루이스 NBC 협력사인 KSDK는 성명을 통해 “우리 지역 사회와 피고용인을 비롯해 자사가 전하는 이야기의 다양성을 포용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KSDK는 “계속 미셸 리를 지지하며 다양성과 포용을 기릴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누리꾼은 “다양한 전통을 담은 논의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라며, 리가 아시아의 신년 전통을 조명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다른 누리꾼은 “새해에 만두를 먹어서 화났다니, 우리가 신년을 두 번 기념하는 것도 알려주자”라며 농담조로 말했다.

리는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보여준 선의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많이 배우도록 하는 영감이 됐다”라며 “새해에 받은 (인종차별) 음성 메시지가 이제는 선물처럼 느껴진다”라고 리는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가 아시아인인 동시에 미국인이란 점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병한 이후 아시아인은 전보다 더한 인종차별의 표적이 됐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퓨 리서치(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2020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중에 유색인종 10명 중 4명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불편해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31%에 달하는 아시아인이 인종이나 국적을 이유로 비방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21%, 라틴계 미국인은 15%에 그쳤다.

리는 미주리주에서 백인 부모 밑에서 자란 사실을 밝혔다. 그는 1998년에 친부모와 연락이 닿고부터 자신의 삶에 한국 문화를 녹여왔다고 전했다. 리는 혼혈아 아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접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모두, 그저 존재하는 인간일 뿐”이라며 “(음성 메시지를 보낸) 여성과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면, 만둣국 한 그릇을 대접하며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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