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에서는 지난해 이변이 속출했다. 테슬라가 100만대에 가까운 판매실적으로 전기차 시장을 독식한 사이 일본 토요타는 미국 본토 브랜드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전통적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의 1위 자리를 꿰찼다.
미국차가 더 합리적 가격에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일본 브랜드에 시장 점유율을 뺐겼다는 소식이 큰 뉴스거리는 아니다.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 일본 자동차는 본토 브랜드보다 낫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토요타의 전략적 공급제휴 주효
더 새로운 소식은 공급이 수요보다 중요해졌고, 지난 수 십년 동안 이어졌던 과잉 공급과 생산 패턴이 사라질 가능성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지난해 토요타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은 230만대로 GM(220만대)을 추월했다. GM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자리를 내 준 것은 1931년 이후 90년 만에 처음이다.
토요타 성공의 비결은 GM보다 월등한 공급망 관리력이었다. 팬데믹 초기 토요타는 차량용 반도체 부품의 재고를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고 다른 경쟁사보다 빨리 판단했고 이에 따라 납품업체들에 부품 주문을 덜 줄였다. 결국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며 토요타는 다른 업체들보다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해 팔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토요타는 이번 공급망 문제에서 부각된 ‘적기’(just-in-time) 방식의 정석을 쓴 장본인과 같은 존재다. 적기방식이란 재고를 많이 쌓지 않고 필요할 때 마다 부품을 주문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토요타의 적기 방식은 납품 업체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그동안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변했고 이러한 변화를 미국 자동차는 캐치하지 못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제서야 미국 자동차업계는 전통적 위계서열식 공급계약이 아니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의 수순을 밟으며 어느 시점에 가면 미국 자동차 시장 역시 과거의 과잉공급과 생산의 패턴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은 델타, 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의 출현으로 계속해서 미뤄졌다. 또, 코로나19가 종식은 아니더라도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후퇴해도 그 정상화는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전기차로 인해 공급망 악화할 수도”
새로운 정상화는 자동차 업계에 있어 은총인 동시에 저주가 될 수도 있다고 WSJ는 해석했다. 공급부족은 자동차 가격을 끌어 올렸고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에 짭잘한 수익을 안겨줬다. 하지만 코로나19 후퇴에도 공급망은 개선이 아니라 악화할 수 있다. 바로 전기차 때문이다.
세계적 친환경 기조에 전기차가 급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이에 전기차 핵심 배터리를 만드는 데에 필수적인 금속 공급은 성장세를 그만큼 따라가지 못한다.
금속 공급계약을 확보한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WSJ는 예상했다. 반면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강력한 사업계획에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하기 힘들 수 있다.
그동안 전통적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열악한 충전 인프라(기반시설)와 짧은 주행거리로 인해 전기차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기차 기술은 원자재 공급이 달릴 만큼 업계의 예상을 깨고 빠르게 발전했다. 결국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을 뒤엎은 공급문제는 이후에도 놀랄 정도로 지속될 수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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