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로거들, 자국軍 동향 추적-노출…美정보당국만큼 정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5일 16시 37분


출처 맥사테크놀로지
출처 맥사테크놀로지
지난해 12월 25일 우크라이나 북쪽에서 약 50km 떨어진 러시아 국경도시 클린치의 한 숲 속 한가운데 350여 대의 차량들이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 모습이 미국 민간 위성사진업체 맥사테크놀로지의 인공위성 카메라에 포착됐다. 과거 무기고로 사용됐던 이곳은 한동안 방치돼 왔지만 어느 날 수백 대의 차량들이 등장한 것이었다.

맥사테크놀로지의 한 영상 분석가는 “이는 ‘냉동 건조된’(freeze-dried) 러시아 군 부대들이 집결한 모습으로 군 병력만 투입하면 즉각 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맥사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1월 9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통해 시베리아에 주둔하던 러시아 41군부대가 벨라루스 접경 옐냐로 이동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최근 연일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을 가하고 있는 러시아가 자국의 군사 활동을 추적해 누출하는 개인 및 민간단체들 때문에 곤경에 처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WSJ는 “전문 스파이를 대신해 ‘아마추어 탐정들’과 민간 분석업체, 비정부 기관들이 러시아의 병력 증강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며 “이들의 분석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고 전했다.

출처 맥사테크놀로지
출처 맥사테크놀로지
CIT 트위터 캡처
CIT 트위터 캡처
이들은 위성사진과 소셜미디어, 항공편 추적 데이터 등 각종 온라인 사이트들에 공개된 출처를 통해 수집된 정보인 이른바 ‘오픈소스인텔리전트(OSINT)’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컨설팅 업체 로찬의 콘라드 무지카 대표는 “OSINT 통해 48개의 러시아 전술부대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지난달 공식 확인한 러시아 전술부대는 총 53개인데 민간 기업이 온라인 정보만을 이용해 파악한 수와 불과 5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것이다. 러시아 블로거들로 이뤄진 ‘갈등정보팀(CIT)’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들과 러시아군의 도로 및 철도 이동 경로 등을 대조해 부대별 주둔지를 찾아내기도 했다. 제프리 에드먼즈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가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보다 훨씬 더 면밀히 감시되고 있다”며 “상업 위성사진과 트위터 게시물을 종합한 개인 전문가들의 분석이 미 정보당국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CIT 트위터 캡처
CIT 트위터 캡처
CIT 트위터 캡처
CIT 트위터 캡처
러시아는 민간 추적에 대응해 각종 위장 및 은폐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러시아가 군 차량 번호판을 떼어내거나 군 장비에 페인트를 칠하고 부대 규모를 줄이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0년 5월 러시아군의 위치가 추적당하거나 사진이 찍히는 경우를 우려해 군인들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WSJ는 민간의 감시기능이 강화되면서 조 바이든 미 정부가 러시아군의 활동에 대해 국민에게 더 자세히 얘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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