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연료값 폭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최대 도시 알마티의 시청 청사와 국제공항까지 점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가스값 인하를 약속하고 내각 총사퇴까지 발표하며 회유에 나섰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결국 나라 전역에 비상사태를 발령하고 동맹인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5일 국영TV 연설에서 시위대를 ‘외국에서 훈련을 받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도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CSTO는 러시아·벨라루스·아르메니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으로 구성된 군사동맹이다.
앞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통화하며 현재 상황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시위대가 알마티 공항뿐 아니라 외항사 항공기를 포함한 항공기 5대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 영향으로 모스크바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항공편 일부가 결항되거나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전국적으로 인터넷과 온라인 메신저, 휴대전화 서비스 등이 중단되면서 시위 상황을 원활히 전달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시위대로 인해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면서 최대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스푸트니크통신은 카자흐스탄 내무부를 인용,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과 국가방위군 병력 8명이 숨지고 31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올해 들어 카스피해 연안 유전지대인 망기스타우 주(州)의 도시 자나우젠에서 차량용 액화천연가스 가격이 2배 급등한 것을 계기로 발생했다. 가스값이 급등한 건 정부가 1일부터 가격 상한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본격화된 시위는 날을 거듭하며 최대 도시 알마티와 수도 누르술탄 등 전국적으로 번졌다. 시위는 점차 폭력 성향을 띠기 시작하며 5일에는 알마티 시장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 등에 시위대가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리터당 120텡게(330원)까지 오른 가스값을 50탱게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하고 내각 총사퇴까지 발표했지만 시위는 진정되지 않았다. 연료값 폭등은 시위 촉발의 표면적인 계기일 뿐, 시위대의 근본적인 불만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의 배경에는 지난 2019년까지 30년 가까이 집권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여전한 영향력과 전년대비 9%에 달하는 인플레이션,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마티 시위대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막후 영향력에 데 불만을 제기하며 “노인은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AFP는 카자흐스탄이 그동안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거의 용납하지 않았으며,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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