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6일(현지 시간) 열린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북한 중국 러시아를 거론하면서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을 위한 방위 장비를 공동 연구, 개발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한 지 이틀 만에 미일이 공동 행동에 나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요청에 따라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할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이날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이 아니라 성능이 과장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북한의 발사 이후 세부 제원 공개에 대해 침묵하던 군이 브리핑까지 자처하며 북한 주장을 평가절하한 건 이례적이다. 이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 美日, 극초음속 미사일 공동 대응 나서
미일 양국 장관들은 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핵무기와 탄도·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신형 무기 체계의 대규모 개발에 우려를 표시한 뒤 “극초음속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협력에 초점을 맞춘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한 새로운 장비의) 개발과 생산, 유지 및 시험 평가 틀에 관한 문서 교환(협정)을 환영한다”고 했다. 회담에는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일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과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이 참석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 앞서 중국의 대만·남중국해 긴장 고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주권 위협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언급하며 “이런 진화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동맹은 보유한 도구를 강화할 뿐 아니라 새 도구들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북-중-러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미일이 새로운 방식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 미일 양국은 성명에서 “일본은 미사일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능력을 포함해 국가 방위에 필요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한다는 결의를 표명했고, 미일은 이 과정을 통해 긴밀히 연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검토를 진행하려는 의향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10일 비공개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라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다만 회의에서 공동성명 등 구체적인 결론이 도출될지는 불확실하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9, 10월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회의를 소집했지만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공동성명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 韓은 “북한 미사일, 극초음속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미사일의 사거리, 측면기동 등 성능을 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 미사일이 최고 속도 마하6(음속의 6배)이었다고 봤다. 하지만 저고도 종말 단계를 포함해 전체 비행거리의 상당 구간을 마하5 이상 속도를 유지하면서 상하좌우로 변칙기동(활공)해야 하는 극초음속활공체(HGV)의 성능과 기술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군은 북한 미사일이 원추형 탄두부에 보조날개가 붙어 있는 형태라 HGV의 특징인 글라이더 모양의 탄두부와도 형상이 다르다고도 했다.
군은 이 미사일이 신형 기동식 재진입체(MARV)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의도에 대해선 “자신감을 위한 내부적인 메시지”라고 군은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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