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19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갑작스런 미군 철수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귀환 우려에 피란민 수천 명이 ‘필사의 탈출’을 위해 몰려들었다. 주아프간 미국대사관 경비원 미르자 알리 아흐마디(36)와 아내 수라야(33)도 생후 2개월 된 막내아들 소하일 아흐마디를 비롯한 자녀 다섯 명을 데리고 왔다.
아흐마디 가족이 공항 출입문 5m 앞까지 갔을 때 피란민들이 먼저 들어가겠다고 서로 밀치는 소동이 벌어졌다. 어린 자녀들이 인파에 깔릴까 전전긍긍하던 그때, 공항 담장 너머 한 미군 병사가 손을 내밀었다. 부부는 막내 소하일을 들어 올려 그에게 건넸다. 부부와 다른 자녀 넷(17세, 9세, 6세, 3세)은 30분 뒤에야 반대편 입구를 통해 공항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소하일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아기를 봤습니까?” 다급해진 아흐마디는 20명이 넘는 미군에게 수소문했지만 아무도 몰랐다.
부부는 통곡했지만 일촉즉발 상황에서 남은 자녀들을 데리고 피란 비행기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카타르 독일을 경유해 미국 텍사스 난민촌에 도착하자마자 부부는 미 정부, 국제인권구호단체에 소하일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아흐마디 가족이 비행기에 올라 아프간을 떠났을 때 소하일은 카불의 택시운전사 아흐마드 사피(29)의 집에 있었다. 사피는 공항 근처 길바닥에서 혼자 울고 있는 소하일을 발견해 자기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딸만 셋으로 평소 아들이 있었으면 했던 사피 부부는 소하일을 극진히 보살폈다. 의사에게 데려가 건강검진까지 받게 했다. 세 딸은 소하일에게 좋은 누나들이 돼줬다. 그러면서도 사피는 소하일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아이 가족을 수소문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노력 끝에 약 5개월 만인 8일 소하일이 카불에 남아있던 할아버지와 친척 품에 안겼다고 보도했다. 아흐마디 부부는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노래하고 춤추는 소하일을 감격스럽게 지켜봤다. 친척들은 조만간 소하일을 미국의 부모에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소하일을 정성스레 돌봤던 사피는 작별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소하일 아버지는 “아기를 잃었을 때 우리는 울부짖었다. 신께서 사피를 축복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미군의 성급한 철군 때문에 많은 아프간 부모와 아기들이 소하일처럼 생이별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국무부 국토안보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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