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 미군에게 건네진 생후 2개월 아기…가족 곁으로

사진=AP/뉴시스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해 목숨을 건 탈출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8월 미군에게 건네지다가 부모와 생이별했던 생후 2개월 아기가 약 5개월 만에 다시 가족 곁으로 돌아오게 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해당 신생아는 주 아프간 미국대사관에서 경비로 일하던 남성의 아들로 밝혀졌다. 아흐마디는 당시 아내와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비롯한 5명의 자녀들과 함께 카불 탈출을 위해 공항으로 갔다.

당시 공항에 인파가 밀려든 탓에 아기가 압사할 것을 우려했던 부모는 철조망 너머에서 도움이 필요하냐며 손을 내민 미군에게 자신의 아기를 맡겼다. 아기 부모는 “바로 5m 앞이라 아기를 곧 되찾을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며 “갑자기 탈레반이 피란민을 밀어내는 바람에 다시 반대편에 있던 공항 입구를 찾아 들어가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고 회고했다.

부모는 어렵사리 다시 공항으로 들어갔지만 아기를 찾을 수 없었다. 아기를 받아준 미군의 행방을 쫓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아기 부모는 나머지 4명의 자녀와 함께 미국으로 날아갔다. 가족은 미국에 도착한 후에도 아기의 행방을 샅샅이 뒤졌다.

사진=트위터 캡처

가족은 아기가 카불 공항 인근을 지나던 택시 기사 하미드 사피(29)에게 발견된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사피는 당시 공항에서 아기의 부모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자 아기를 집으로 데려갔고 자신이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집에 딸만 3명 있고 아들이 없어 양자로 삼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아이의 부모는 사피가 아기를 보내지 않자, 경찰에 납치 사건으로 신고했다. 이후 가족은 아기를 돌려달라고 사피를 설득했고 5개월간 아기를 돌봐준 데 감사의 뜻으로 950달러(약 114만 원)가량의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했다.

결국 사피는 지난 8일 아기를 현지에 있는 조부모의 품에 돌려보냈다. 아기는 현재 미국에 간 가족과의 재회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