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우크라이나 침공 시 러 제재, 韓도 주요 협의 대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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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단행할 제재와 관련해 한국을 주요 협의 대상국으로 꼽았다. 미국이 러시아에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이른바 ‘중국 화웨이식’ 고강도 수출규제와 관련해 유럽과도 “집중 논의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한국에도 러시아 제재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 美, 韓도 러 제재 협의 주요 대상국 꼽아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한국과 협의 계획이 있느냐’는 동아일보의 질의에 “한국은 우리가 긴급한 글로벌 도전과 관련해 협의하는 핵심 동맹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세는 세계 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모든 동맹국의 우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 대한 금융·수출 제재와 관련해 한국이 협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등은 “미국산(産) 반도체나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한국과 유럽의 휴대전화나 세탁기, 냉장고 등 전자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제재가 검토되고 있다”며 한국산 전제제품 수출 통제를 꼭 집어 보도했다.

10일 러시아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교부 차관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략안정대화를 마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중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전자제품 수출통제에 동참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수출 통제에 대해 동맹국과 집중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당장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제재나 전자제품 수출 금지 등에 나설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이란 등과 달리 고강도 제재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큰 데다 에너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가 보복에 나서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실제 제재가 이뤄지려먼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미러, 첫 고위급 협상서 평행선
이날 8시간에 걸친 회의 전략안정대화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평행선을 달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 나토군의 동유럽 철수 요구를 이어갔고, 미국은 “애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다(non-starter)”라고 일축하면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촉구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는 우리 영토에서 (군사) 훈련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의 반대자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의 대응이 군사·기술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가 일단 추후 회담을 이어가기로 합의하면서 회담 조기 파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회담 결과에 따라 푸틴이 언제든 군사 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줬지만 실제 침공은 없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라며 “푸틴 입장에서는 중국에 초점을 맞춘 미국, 브렉시트로 정신없는 영국,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퇴임한 독일 등 러시아가 유리한 상황을 활용해 나토 확대를 막아보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러시아 제재의 핵심축인 유럽연합(EU) 내에선 우크라이나 협상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EU 리더들이 외교적 협상테이블에서 제외되는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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