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안보리, 5일 발사 北미사일 논의, 中-러 소극적 태도에 결론 못내
“北, 美 vs 中러 갈등 이용하고 있어”
美日등 별도 규탄성명… 韓은 빠져
북한이 11일 오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기 약 2시간 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 비공개 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달 5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이사국들이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유엔 안보리 회의는 10일 오후 3시(한국 시간 11일 오전 5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북한은 안보리 회의가 끝난 지 1시간 반 만에 다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이다.
그러나 안보리는 이날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응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통상 유엔 안보리의 대응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안 채택부터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의장성명과 언론성명 등이 있다. 이 중 하나도 내놓지 못하며 무력함을 드러낸 것이다. 안보리는 지난해 9월과 10월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했을 때도 긴급회의를 소집했지만 이번처럼 북한을 규탄하는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앞에 계속 무력화되고 있는 것은 북한 입장을 두둔하는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가 번번이 성명 채택 등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를 간파한 북한이 의도적으로 안보리 회의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중, 미-러 간 갈등이 첨예화된 현재 상황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중국이 5일 미사일 발사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아 북한에 ‘그린라이트(승인)’ 신호를 준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유엔 차원의 대응이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알바니아는 안보리 회의 시작 전에 모여서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 관련 규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등 6개국 유엔 대사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전 세계에 대한 불법 무기 수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고 지적했다. CVID는 북한이 극도로 거부감을 보이는 용어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11일 발사한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각국은 발사물의 성질을 섣불리 규정하거나 과잉반응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