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오미크론으로 위기에 봉착

  • 뉴시스
  • 입력 2022년 1월 13일 12시 07분


지난 2년 동안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체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덕분에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중국의 방역정책이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서방 국가들을 사례로 들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에 확산하면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억제 능력이 한계에 직면했지만, 자연면역 수준이 여전히 낮아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백신접종률은 높지만 중국 백신이 오미크론에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나라들은 통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중국은 감염자가 늘고 경제 부담이 커지는 데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염력이 매우 강한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통제가 잦아지고 장기화돼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홍콩보건대학 감염병학과장 벤 콜링은 “코로나 제로는 환자가 없을 땐 좋지만 환자가 있으면 사회에 큰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코로나19 억제 정책을 바꾸려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미크론에도 불구하고 방역정책이 성공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백신의 효능이 낮고 지방에 여전히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코로나 환자가 급증할 것을 우려한다.

지난 9일 텐진시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의 지역 사회 감염 사례 2건이 있다고 밝혔다. 하루 뒤 텐진에서 483km 떨어진 허난성에서 2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그러자 중국 당국은 즉각 봉쇄와 대규모 검사, 입국 금지 등 기존에 하던 조치를 급히 취했다.

텐진과 베이징을 연결하는 철도와 버스 노선을 폐쇄하고 12일에는 1400만명에 달하는 텐진 시민 전체를 상대로 두번째 검사를 시작했다. 허난성은 학교를 거의 모두 폐쇄하고 구정을 앞두고 예정됐던 사찰 법회 등 대중 모임도 금지했다. 주민수가 9900만명에 달하는 허난성의 일부 도시에선 외출금지명령이 내려졌다.

시진핑 시대 중국은 모든 사안에 대해 하향식 정책을 강화해 왔고 코로나 확산 진원지가 되면 처벌받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지방 당국자들은 중앙정부의 지침을 보다 공격적으로 해석해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시안시로 1300만명의 주민들이 3주 동안이나 집밖으로 외출이 금지돼 있다. 먹을 것이 없다는 불만과 코로나 검사를 하느라 네시간씩 기다린 끝에 유산했다는 불만이 제기되면서 강압적인 정책에 대한 비판이 온라인에서 크게 확산했다.

시안 봉쇄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우한시 봉쇄 이후 최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루일리’라는 인구 20만의 미얀마 접경 도시는 1년새 네번이나 봉쇄돼 주민들이 몇 달씩 고립된 채 생활했다. 지난 10월에는 상하이의 디즈니공원에서 3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코로나 검사를 하느라 고생하기도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때문에 중국 경제 성장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봉쇄와 엄격한 방역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고 소비도 억제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유라시아그룹은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을 올해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지금처럼 계속하면 경제난이 심해지고 국가 개입이 늘면서 주민들은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국영매체의 선전을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최근에도 공장을 멈추고 항구를 봉쇄해 세계 공급망 혼란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자극했다. 상하이 인근 닝보-저우산항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컨테이너항이다. 이 곳 주변에서 수십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항만이 폐쇄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8월 감염자가 1명이었는데도 일시 폐쇄된 적이 있다.

중국 당국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 인구 86%가 백신을 완전접종했지만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은 비활성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다. 이 백신은 mRNA 백신에 비해 오미크론에 대한 효과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노백사 대변인은 지난달 예비연구결과 자체 백신 3차 접종으로 오미크론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120명의 혈액 샘플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다.

종난산 최고 코로나19 전문가는 지난 주 중국이 높은 접종율로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백신의 효과가 적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델타 변이에 대한 연구에 근거할 때 중국 백신도 중증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주민의 24%가 부스터샷을 접종했다고 덧붙였다. 중국도 mRNA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감염자수는 10만4189명이며 사망자는 4636명이다. 증상이 나타난 사람만을 반영한 숫자다. 베이징대학교가 지난해 실시한 추론에 따르면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할 경우 하루 감염자가 60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낮고 백신접종률이 높으며 의사가 많으며 코로나 치료법이 많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중국이 정책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강력한 통제로 비교적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고 믿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국제관계위원회 세계 보건 담당 선임연구원인 황얀종은 “국영매체들이 코로나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서방국들의 상황이 매우 나쁘다고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중국이 코로나 제로 정책을 전환할 경우 시점은 올림픽이 끝난 뒤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 전까지 베이징에선 주민들이 삶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올림픽 관련 차량이 교통사고가 난 것을 보더라도 돕지 말라는 지침에 따르면서 말이다.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코로나 환자를 없애겠다는 정책으로 베이징 주민들은 썩어가는 오렌지를 잔득 쌓아둔 채 몇주씩 집안에 있어야 하는 시안 주민을 떠올리고 있다. 시안의 30대 한 남성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지하지만 모든 경우에 한가지 방식으로 대처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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