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정점을 찍고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12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8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11월 6.8%보다 더 가파른 상승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관련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경제를 떠받치기 위한 부양책과 맞물려 근 40년 만에 물가에 가장 큰 압박을 가했다”라고 분석했다.
경제학자들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공급망 문제가 해소되고 수요가 정상화됨에 따라 올해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라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졌다.
KPMG 수석 경제분석가 콘스탄스 헌터는 올 상반기 수요가 줄면서 물가 상승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람들이 대유행 기간 저축했던 돈을 다 써버리고, 오미크론을 거치면서 우리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와 1980년대와는 달리 코로나19 대유행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나아지면 인플레이션도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짐 베어드 플랜트 모란 재정 고문은 “이 모든 것의 가장 큰 도전은 경제 재개라는 측면에서 겨우 조금 진전을 보는가 하면 상황이 전보다 더 안 좋아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베어드 고문은 그 불일치가 해결되면, 물가 압력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에서 완하될 것이지만 그래도 팬데믹 이전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나는 우리가 1970년대와 같은 또 다른 (인플레이션의) 반복을 향해 가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지금은 당시 상황과 확실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짐 오설리번 TD 증권 수석 미국 매크로 전략가는 현재 시장과 소비자가 높은 물가 상승에 개의치 않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우리가 초인플레이션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미시간대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2007~2009년 경치 침체 기간 동안 마지막으로 본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향후 5년 동안 가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거의 유사하다. 이는 소비자들이 최근 가격 상승세를 일실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과거 1970년대와 1980년대 미 경제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을 때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현재 3%보다 더 높은 5% 이상이었다.
오설리번 수석 전략가는 “연준은 1970년대 신뢰를 잃었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치솟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장기 기대치가 더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공급망 문제와도 연관된 노동력 부족 사태가 인플레이션 해결에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웰스파고의 이사이자 수석 경제분석가 사라 하우스는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1일 상원에서 진행된 인준 청문회에서 올해 공급망 문제가 완화돼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미국의 노동력 부족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아마도 앞으로는 공급망 문제보다는 노동력 부족이 인플레이션에 더 큰 이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고용보고서는 11월 실업률이 4.2%에서 3.9%로 떨어지는 등 고용시장 긴축이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2월 평균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4.7% 상승했는데, 이는 대유행 이전 평균 임금 상승률인 약 3%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노동력 부족에 기업들은 인력을 붙잡아두고 추가로 채용하기 위해 임금 인상 정책을 폈다. 그러나 임금 인상은 또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높은 인플레이션에 점점 더 기여하고 있다.
실제 전국독립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의 49%가 향후 3개월 안에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캘리포니아 나파에 있는 일레인 벨 케이터링의 부사장 존 메릿은 지난해 6월 결혼식과 다른 큰 행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을 때 직원 채용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회사는 직원을 유지하고 신규 채용을 위해 임금을 50% 인상했지만 여전히 임시직 대행업체의 서비스에 의존해야 했다. 또 그는 육류, 치즈, 밀 기반 제품의 가격 급등과 함께 인건비가 증가해 지난해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식당 및 케이터링업 종사자들을 저임금 노동자라고 말한다. 현재 웨이터 기본급이 시간당 30달러(3만5655원)에 이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자리를 채울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양질의 직원을 확보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력 충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용을 지불하려 해도 충원이 안 된다. 이것은 지속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메릿 부사장의 업체는 케이터링 요금을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25~35% 높은 수준으로 인상했다. 그리고 고객들은 이 인상분을 받아들이고 있다.
메릿 부사장은 “지금까지 한 해 동안 이렇게 많이 요금을 올린 적은 없다. 하지만 이처럼 비용이 늘어난 적도 없었다”고 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살펴보면 노동력 부족에 임금 인상을 실시했지만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자들은 다시 높은 물가를 감당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KPMG의 헌터 분석가는 “최근의 임금 인상은하위 5분위에 집중되어 있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더 적합하거나 선호하는 직업으로 재정돈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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