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잇따른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12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 국적 개인 7명과 1개 기관에 대한 전격 제재에 나섰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첫 제재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4년여 만에 유엔 안정보장이사회를 통한 추가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북 압박을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북한과 관련한 7명의 개인과 1개 기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주도해온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산하 기관 간부로 중국 러시아에서 활동하며 북한 미사일 개발을 위한 통신장비 등 물품을 조달해온 최명현 심광석 김성훈 강철학 편광철이 포함됐다. 또 북한에 미사일 고체연료 기술을 전달한 오용호와 러시아 회사 파섹 LCC, 이 회사의 기술이사인 로만 아냐톨리예비치 알라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 재부부는 이번 제재에 대해 “2021년 9월 이후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고 6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신규 제재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10일 리영길 국방상 등에 대해 추가 제재를 단행한 적은 있지만 이는 노동교화소 등에서 자행된 인권유린과 관련된 조치였다.
특히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유엔 제재를 제안한다”며 “모든 유엔 회원들은 유엔 결의안의 책임을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 행위를 종합해 새로운 결의안이나 제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비토권을 갖고 있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은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7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재를 ‘이중기준’이라고 비판해온 북한은 미국의 제재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가세할 경우 미-중, 미-러 갈등의 불씨가 한반도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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