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한 국립공원에서 밀렵꾼들이 멸종위기종인 야생 호랑이를 불법으로 사냥해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구워 먹으려고 하다가 발각됐다.
12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깐차나부리주 통파품 국립공원 순찰대원들은 지난 9일 공원 내에서 벵골 호랑이 두 마리의 가죽과 무기류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
10명으로 구성된 순찰대는 미얀마와의 국경 인근에서 야생 동물에 대한 밀렵이 이뤄질 것이라는 제보를 받아 국립공원 내를 순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들은 오전 10시경 태국-미얀마 국경에서 3∼4㎞가량 떨어진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재빨리 연기를 따라간 순찰대는 개울 옆에 설치된 야영지에서 밀렵꾼 5명을 발견했다. 순찰대가 다가가자 밀렵꾼들이 데리고 다니는 개들이 짖기 시작했고, 밀렵꾼들은 순찰대를 보고 급히 일어나 숲으로 도주했다.
순찰대가 뒤쫓았지만, 밀렵꾼들을 검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순찰대는 밀렵꾼들이 도주 경로를 미리 파악해둔 것처럼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야영지로 돌아온 순찰대는 밀렵꾼들이 벵골 호랑이 고기를 굽고 있던 흔적을 발견했다. 야영지 근처에는 호랑이 두 마리의 생가죽이 말려지고 있었고, 호랑이를 유인하기 위해 쓰인 것으로 보이는 암소 사체도 바로 옆에서 대나무에 묶인 채 적발됐다. 순찰대는 근처 야영지에서 총 4자루와 각종 밀렵 장비 약 30개도 발견해 압수했다.
사건 이틀 뒤엔 순찰대에 황당한 전화도 걸려왔다. 한 남성이 “순찰대원이 압수한 엽총 중 한 자루가 자원봉사단원의 것이니 돌려 달라”고 요청하며 자신과 자원봉사단의 이름을 밝혔다. 이에 순찰대 측은 이들의 소재 파악을 경찰에 요청했다.
태국은 한때 밀렵 등으로 호랑이가 멸종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당국이 지속해서보호 정책을 펼친 덕분에 전국 31곳의 보호지역에서 200여 마리의 야생 호랑이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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