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심장 이식받은 사람은 범죄자…피해자 가족 윤리 문제 제기

  • 뉴시스
  • 입력 2022년 1월 14일 10시 12분


지난주 미국 메릴랜드의과대학에서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1988년 다른 사람을 일곱번 칼로 찔러 전신마비에 빠트린 사람임이 뒤늦게 밝혀져 이식의 윤리적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해자 에드워드 슈마커는 19년 동안 휠체어 생활을 하다가 41세 때 숨졌다.

숨진 에드 슈마커의 누이 레슬리 슈마커 다우니는 “에드가 큰 고통을 받았다. 몇 년 동안이나 트라우마에 시달려 황폐해졌고 우리 가족이 동생을 돌봐야했다”고 말했다. 그는 에드를 찌른 데이비드 베네트 시니어가 “출옥한 뒤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잘 살았지만 새 심장을 이식받아 두번째 삶을 산다니…내 생각엔 심장을 다른 사람에게 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장기 이식을 위해 대기중인 사람은 10만6000명이 넘으며 매일 이식을 받지 못해 17명이 숨진다. 이처럼 이식 장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해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장기이식 또는 임상실험을 하는 것을 막는 규제나 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서 캐플란 뉴욕대학교 생물윤리학 교수는 “의학의 기본 원칙은 아픈 사람이 누구든 치료한다는 것”이라며 “의사는 죄인과 성인을 구별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건 법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장기 이식을 담당하는 연방 당국 및 윤리위원회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병원 현장에서는 대기자중 누구에게 먼저 장기를 이식할 지를 결정하는 재량권이 크다.

현장에서는 약물남용자나 교도소 수용자의 경우 감염의 위험이나 후속 처치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잘 이식하지 않는다.

의료윤리학자들은 사법시스템이 이미 투옥, 벌금 등 처벌을 부과한 상태임을 강조한다. 치료를 거부함으로써 추가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과 의학이 달라야 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스콧 핼펀 펜실베니아대학교 의료윤리학 교수가 지적했다.

그는 “범죄를 단죄하는 사법체계가 있고 환자의 개인적 특성이나 전력과 무관하게 치료하는 의료시스템이 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의과대학 당국자들은 베네트의 범죄전력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 지에 대해 밝히길 거부했다.

다만 성명을 통해 볼티모어 병원이 “병원 문턱을 넘어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출신과 환경이 아닌 의학적 필요에 따라 치료한다”고만 밝혔다. 성명은 또 “이 환자도 치료가 절실한 환자였으며 의료기록에만 근거해 이식할 수 있는지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9시간에 걸친 수술이 끝난 뒤 의사들은 베네트가 정상적인 인간 심장 이식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실험적 이식수술을 권했다고 밝혔다.

수술 집도의 바틀리 그리피스는 베네트가 심부전 및 부정맥 때문에 정상적 이식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베네트의 아들 데이비드 베네트 주니어도 아버지가 과거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병원 진료를 빠트렸으며 약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몇몇 병원에서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리는 것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베네트가 심장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이다. 다리가 붓고 피곤하며 숨이 가빠서 11월10일 메릴랜드대학병원에 왔다. 베네트는 살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거나 의학발전을 위해 기부하는 것도 생각했다. 베네트는 누이들과 옆집에 살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 집 수선공으로 살면서 피츠버그 스틸러즈의 게임을 즐겼고 손자 다섯과 반려견이 있었다.

그리피스 집도의는 지난 달 중순 베네트에게 처음 돼지 심장 이식방법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는 “당신은 사람의 심장을 받을 수 없지만 돼지 심장을 이식할 수 있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베네트는 “그러면 내가 꿀꿀거리게 되는 거냐?”고 물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말일에 연방 당국에서 실험적 수술을 승인했다. “이식하지 않으면 죽게 되는 상황이었다”고 의료진이 수술 직전 성명에서 밝혔다.

이 즈음 베네트는 병원에 입원한 지 몇 주가 지난 때였고 “살고 싶다. 어둠 속에서 총쏘는 격이라는 걸 알지만 나한테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베네트와 피해자 에드 슈마커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1988년 베네트의 당시 부인이 에드의 무릎에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을 본 베네트가 에드를 공격했다. 도주했다가 붙잡힌 베네트는 폭행 및 무기소지죄로 10년형과 벌금 2만9824달러를 선고받았으나 6년 만에 출옥했다.

피해자의 가족들이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340만달러를 지불하라는 판결도 있었다. 법원은 피해자가 숨진 뒤에도 베네트에게 손해 배상을 이행하라는 판결을 반복했다.

그러나 베네트는 배상금을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피해자 가족이 말했다. 피해자 부모들은 빚을 내서 장애인용 밴 등 여러 장비를 사야했다고 했다. 에드는 요양원을 들락거렸고 통증 때문에 사용한 아편에 중독된 끝에 사망했다.

매년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가 숨지는 6000명 가운데 20% 가량이 심장 이식을 기다린 사람들이다. 동물 장기를 사용한 이식은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다. 베네트는 이미 10년 전에 돼지 심장 판막을 이식받았다. 이번에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지만 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예후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집도의 그리피스는 “우리 예상보다 심장이 힘차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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