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까워짐에 따라 새로운 인플레이션 위험이 대두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낮은 실업률, 임금 상승, 높은 인플레이션은 고용시장이 완전히 회복됐거나 그에 근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완전 고용은 일할 능력이 있고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모두 고용되어 실업자가 없는 상태의 고용을 의미한다. 건강하고 꾸준히 성장하는 경제적 이상(理想)상태다.
경제학자들은 완전 고용의 사전적 정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실업률 급락과 임금 상승 가속화 등 미국이 완전 고용 수준에 도달하고 있거나 이미 그 단계를 지나왔을지 모른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미국 노동부는 12월 실업률이 3.9%로 1년 전의 6.7%에 비해 하락했다고 밝혔다. WSJ이 조사한 경제학자들은 올해 말 실업률이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장기적인 실업률 목표치 4%보다 낮은 수준이다.이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이미 완전 고용에 도달한 셈이다.
일자리수는 지난해 12월 19만9000개 증가했다. 지난 한해 월평균 증가량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달 시간당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4.7% 올랐다. 2019년 2.9%보다 높은 수준이다. 더군다나 일부 근로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역사상 가장 높은 비율로 일터를 떠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시장에서 고용할 인력이 얼마 남지 않았고 회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금융경제학과 손성원 교수는 미국이 완전 고용 상태를 이미 지났다고 평했다. 지금 당장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아닐지라도 더 높은 임금이 더 높은 인플레이션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인상된 인건비를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했고, 연준은 베이지북으로 알려진 보고서에서 중대서양 일부 지역의 많은 기업들이 더 높은 인건비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 박사는 지난 1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대부분의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보다 더 빠르게 올랐으며, 그들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기 위해 고용주들에게 임금을 인상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거나 적어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임금이 5~6% 상승해 2022년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3~4%를 앞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임금 물가의 소용돌이가 시작됐다”며 “한 번 시작하면 저절로 사그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없을 때에만 근로자들에게 좋다. 이론적으로 임금이 노동자의 생산성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면 가격이 오르거나 이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행협회는 이번 주 올해 임금인상률이 4.5~5.0%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업들이 기술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투자는 일반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 기업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협회는 공급망 문제가 완화되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3%까지 낮아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완전 고용 달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12월 노동인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보다 1.4%(290만명) 줄어들었다는 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이 사람들이 완전히 고용시장에서 물러난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잠시 빠졌다가 많은 사람들이 방관하고 있는 많은 일자리 중 하나로 복귀할 계획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경우 지난해 8월까지 약 240만명의 근로자들이 전염병 때문에 조기 퇴직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는 대부분 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박사는 일부 근로자들이 배우자가 일하는 동안 집에 머물면서 자녀를 키우는 것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에 대한 태도가 전혀 다르다. 그들은 직장에 복귀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 박사의 발언대로라면 노동력 부족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고, 실업률은 계속 하락할 것이다. 기업들은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경쟁하면서 임금을 올릴 것이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아직 완전 고용 상태에 다다르지 않았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는 최근 상원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최대 고용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은 고용 시장 과열과 임금 상승 때문이 아니라 공격적인 경기부양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와 수요 강화로 인한 제품 부족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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