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하더라도 인권 문제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한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유린 문제를 제기해온 베넷 프리먼 전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와 세계위구르회의(WUC·World Uyghur Congress) 줌레테이 아르킨 씨는 1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400여 인권단체가 참여하는 위구르강제노동종식연합 소속으로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 운동을 이끌어왔다.
프리먼 전 차관보는 “한국은 수십 년간 인권 및 노동운동을 통해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성취한 국가로 국제사회 존중을 받고 있다”며 “한국 정부나 민간에서 인권 유린이 심각한 신장위구르 문제에 견해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뒤 국제인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아르킨 씨는 “2017년부터 신장에 있는 가족(친척)과 연락이 끊어졌다”며 “친가에서만 40여 명이 실종되거나 수용소에 갇혔고, 외가 쪽은 연락이 안 돼 얼마나 많이 실종됐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2018년 로스쿨을 졸업하고부터 WUC에서 일한 그는 “신장위구르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많은 국가와 정부가 인권 유린에 대한 문제제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대량 학살(제노사이드)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주의국가로서 해야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그렇지 않으면 티베트와 홍콩 대만 등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르킨 씨는 한국 정부가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많은 국가가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에 한국이 보복을 피해 인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완벽한 기회였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베이징 겨울올림픽 공식 유니폼에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면화가 사용됐을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프리먼 전 차관보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공식 유니폼 생산 계약을 맺은 중국 스포츠업체 안타가 지난해 3월, 신장에서 면화를 공급받는다고 밝혔을 때 매우 놀랐다”며 “IOC와 8개월간 논의해왔지만 지난달 중순 IOC는 돌연 논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IOC는 2024년부터 인권 침해와 강제 노동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했다”며 “IOC 내부적으로는 조사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이를 공개하기 어려워서 논의를 중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4일 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서 공식 유니폼에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면화가 쓰였을 가능성은 더욱 논란을 부르고 있다. 미 의회 산하 중국위원회(CECC)는 12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원산지 증명 등을 통해 공식 유니폼에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면화가 사용되지 않았음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프리먼 전 차관보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인권 문제로 주목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강제 노동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올림픽 기간 지속적으로 내겠다. IOC뿐만 아니라 메인 스폰서 기업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르킨 씨는 공식 유니폼에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면화가 사용됐다는 주장에 중국이 ‘비열한 조작’이라고 반박한 데 대해 “입증 책임은 중국과 IOC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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