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년, 美 정치적 양극화 심화…코로나·인플레에 지지율 급락

  • 뉴스1
  • 입력 2022년 1월 18일 07시 33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맞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대외적으로는 자신이 공언했던 대로 ‘다자주의’와 ‘동맹복원’을 통해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통합’을 강조했던 대내 메시지는 그리 성공적이진 못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물가급등, 미 의회에서의 핵심 입법 답보 등의 상황은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백악관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20일 취임식 연설에서 “미국을 하나로 모으고, 우리 국민을 단합시키며, 우리나라를 통합하는 것에 대해 저는 모든 미국인들이 이 일에 동참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11 테러 20주년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인들의 ‘단합’과 ‘통합’을 강조했지만, 지난 1년간은 오히려 미국 내부 분열이 극대화된 시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극단주의 연구자 신시아 밀러-아이드리스 교수가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오늘날 미국인의 안전과 안보에 가장 시급한 위협은 외국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자국민”이라고 지적할 정도로, 현재 미국 내부의 상황은 정치적 극단주의 심화로 인한 “내란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취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론조사 분석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취임 1주년을 즈음한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 비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2.5%로, 30%대에 머물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지 정당 성향별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미 CBS방송이 지난 12~14일 미국 성인 2094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민주당원의 81%는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공화당원의 89%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2020년 대선 당시 투표성향으로 보면 바이든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의 81%는 ‘지지한다’고 답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은 94%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극명하게 갈린 미국 여론의 배경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정치적 건재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중반부터 오는 2024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공세의 선봉에 서 왔다. 공화당 내에선 차기 대선후보군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등 여전히 공화당 내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20년 대선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사기·조작’ 주장은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 보수층에서 아직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가 1036명의 미국인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작년 12월2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원 중 71%는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민주주의를 무참히 짓밟은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사실상 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존재감이 더욱 확고해짐에 따라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던 바이든 대통령도 ‘강공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 폭동 사태 1주년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패배한 전직 대통령’ 등의 표현으로 당시 사태의 책임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2024년 대선을 겨냥해 ‘선거 사기’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공화당이 장악한 주(州)를 중심으로 유색인종의 투표에 제약을 가하는 입법을 하고 있는 데 맞서 투표권 확대법 처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투표권 확대법 처리를 위해 상원의 필리버스터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내 중도파인 조 맨친과 키어스틴 시너마 상원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투표권 확대법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 교수 등 미국내 일각에선 오는 2024년 대선 직후 결과를 둘러싼 내전이 벌어지고, 이는 자칫 연방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을 발신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힌 게 ‘내부 균열’만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경제 회복 과정에서 불거진 물가 폭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처는 지난 1년간 대체로 긍정 평가를 받아 왔지만, 지난해 여름 델타 변이에 이어 연말연초 오미크론 변이의 기록적인 대유행으로 인해 최근 비판적인 여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백신 접종 및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도 격화되면서 과학적이어야 할 코로나19 대응마저도 정쟁으로 물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수 절대우위로 탈바꿈시킨 연방대법원은 지난 13일 바이든 행정부의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 등에 대한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를 ‘과도한 권한행사’라며 무효화시켰다. 자신의 구상이 제동에 걸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40년만의 최대폭 상승을 기록하고 있는 물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십 년 만의 실업률 최저 기록과 경제 및 고용시장 지표 회복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및 중고차 가격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폭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CBS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처 중 가장 부정론이 높았던 항목이 바로 ‘인플레이션(지지한다 30%, 지지하지 않는다 70%)’이었다. 이는 이민정책(64%), 아프간 철군·경제·경찰 및 치안문제(이상 62%)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고, 오는 3월 조기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치며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급증한 수요와 함께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인한 것인 만큼 물가를 조기에 안정시키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N은 최근 분석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뉴스”라며 과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차 오일쇼크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서 결국 재선에 실패했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워싱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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