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박해를 피해 은신처에 숨어 지내며 일상을 기록한 ‘안네의 일기’ 주인공 안네 프랑크의 가족이 유대인 밀고자에 의해 나치에 발각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미국 CBS는 전직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빈센트 팬코크 등으로 구성된 미제사건팀이 1944년 8월 프랑크 가족의 은신처를 넘긴 유력한 용의자로 유대인 공증인 아르놀트 판덴베르흐를 지목했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발표했다.
역사학자, 범죄학자, 자료 전문가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6년간 조사 끝에 유대계 네덜란드인 공증인이었던 판덴베르흐가 자신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있는 유대인 은신처 목록을 나치에 넘겼다고 결론 내렸다.
단서는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가 1946년 받은 쪽지로, 발신인이 적히지 않은 이 쪽지에는 판덴베르흐 이름이 명시돼 있었다. 판덴베르흐는 암스테르담 전시 유대인 연합회 일원으로, 유대인 은신처 주소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
다른 연합회 회원과 달리 판덴베르흐는 수용소로 끌려가지 않았고, 암스테르담에서 정상 생활한 뒤 1950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팀은 오토 프랑크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확인했다. 반유대주의나 판덴베르흐 가족들이 받을 지탄 등을 고려한 것으로 추측된다.
안네 프랑크 가족은 은신처 발각 이후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으로 보내졌고, 오토 프랑크를 제외한 가족 일원은 유대인 학살에 희생됐다.
팬코크는 독일 DLF 라디오에 “판덴베르흐 공모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며 “다만 우리 이론은 85% 이상 확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목적은 기소가 아니라, 역사적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함이라고도 덧붙였다.
오토 프랑크는 전후 종업원에게서 일기를 건네받았으며, 1947년 일기를 출간했다. 이후 ‘안네의 일기’는 전 세계 70개 언어로 번역돼 널리 알려졌으며, 영화 등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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