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에서 일어난 대규모 해저 화산 폭발과 쓰나미(해일)로 인한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안 시설과 주택이 무너지고 화산재로 뒤덮이는 등 쑥대밭이 됐고, 영국 국적의 한 여성이 화산 폭발로 인한 첫 사망자로 확인됐다.
18일(현지시간) BBC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통가에 구호품을 보내고 있지만, 수도의 주요 공항 활주로가 화산재로 뒤덮여 비행기들의 착륙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통가 공항은 이날까지 활주로에 쌓은 화산재를 제거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급품을 실은 군함도 화산재와 해안가 시설 파괴 등으로 이 섬에 도착하기까지 3일가량 더 걸릴 것이라고 뉴질랜드 당국은 전했다.
주통가 뉴질랜드 대사관은 휴양시설이 밀집한 통가 수도 누쿠알로파와 통가타푸섬 인근 해변 시설물들이 크게 파손됐다고 밝혔다. 대사관 측은 “섬 전체가 두꺼운 화산재로 덮여 있다”고 전했다. 호주 당국 역시 해변 시설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리조트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통가에 인접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정찰기를 보내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화산 폭발로 해저 통신케이블이 절단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현지 통신케이블 업체 관계자를 인용해 케이블 2개가 절단돼 고치는데 2주가량 걸릴 전망이라고 전했다.
유엔은 통가타푸섬 북쪽 하파이 군도에서 조난신호가 포착됐다며 포노이섬과 망고섬의 피해가 특히 우려된다고 전했다. 통가 정부에 따르면 포노이섬에는 69명, 망고섬에는 36명이 살고 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 측은 “망고섬과 포노이섬에서 상당한 재산 피해가 확인됐다”며 “두 섬에서 조난 신고도 감지됐다”고 보고했다.
유엔의 위성사진 분석 기관(UNOSAT)이 공개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해저 화산이 폭발한 곳의 285만㎡ 규모 육지는 거의 소멸했다.
통가가 1~2㎝의 화산재로 뒤덮이며 식수원이 오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알렉산더 마테우 적십자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화산재와 쓰나미가 통가의 물 공급을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화산재로 오염된 식수 정화와 피난 쉼터 제공, 흩어진 가족 찾기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적십자는 전반적인 피해가 우려했던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앞서 적십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번 화산 폭발과 쓰나미로 통가 전역에 걸쳐 최대 8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청정국인 통가에 코로나19가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첫 사망자는 통가에서 동물 보호 활동가로 일하던 영국 국적 여성 앤젤라 글로버(50)로, 자신의 개들을 구하려다가 쓰나미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호주에 사는 그의 가족은 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들었으며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외신에 전했다. 글로버와 함께 파도에 휩쓸린 남편은 나뭇가지를 잡고 살아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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