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를 피해 숨어 살며 쓴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 안네 프랑크 가족을 한 유대인이 밀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다락방에 은신하던 안네 가족이 1944년 나치에 들켜 독일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지 78년 만이다.
17일(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출신 빈스 판코크 등 조사팀은 6년간 안네의 밀고자를 추적한 결과, 유대인 공증사였던 아놀드 판 덴 베르(1950년 사망)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판코크는 2016년 ‘콜드케이스 다이어리(미해결사건 일기)’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범죄 전문가, 역사학자, 컴퓨터전문가를 비롯한 19명으로 조사팀을 꾸렸다. 네덜란드 국립문서보관소, 암스테르담 시, 안네프랑크재단 등은 소장 자료를 제공했다.
조사팀은 서류 더미에서 찾아낸 안네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공책에서 판 덴 베르가 안네 가족 은신처와 관련된 정보를 나치에 넘겼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시(戰時)유대교연합회’ 소속으로 유대인 은신처 목록에 접근할 수 있던 판 덴 베르가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이 목록을 나치에 넘겼다는 것이다. 판코크는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유대인수용소에 끌려가게 된 판 덴 베르가 자기 아내는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나치에게 ‘소중한 것’을 제공해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안네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버지 오토는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사팀은 오토가 이 내용이 사실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오히려 반(反)유대주의 정서가 강해질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네덜란드 국립경찰은 1948년과 1964년 안네 가족 밀고자에 대한 수사를 벌여 안네 가족 청소부 여성, 오토의 종업원, 오토를 협박했던 남성, 나치 비밀경찰 요원으로 일한 유대인 여성 등 30여 명에게 혐의를 뒀다. 하지만 밀고자로 명확하게 드러난 사람은 없었다.
암스테르담 다락방에 25개월간 숨어 있던 안네 가족 8명은 1944년 8월 나치에 발각돼 독일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끌려갔고 이듬해 오토를 제외하고 모두 숨졌다. 전쟁이 끝난 후 오토는 이 다락방에서 안네의 일기를 발견했다. 이 일기는 현재까지 60여개 언어로 번역돼 나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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