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통신 그룹인 NTT가 30대 등 젊은층을 뽑아 경영간부로 교육하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근속연수나 연령에 따라 지위가 높아지는 연공서열 시스템을 채택해 온 일본 기업들이 이를 파괴하는 파격 인사를 잇달아 실시하며 인재를 확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NTT는 사내에 신조직 ‘NTT 유니버시티’를 만들어 내년에 300명을 선발한다. 새로운 부서에서 부장, 과장 등 관리직을 경험하게 해 최소 임원 이상이 될 후보로 육성한다. 30세 중반부터 응모할 수 있고, 선발되면 최대 3년 동안 새 업무를 맡는다. 새 업무는 신사업 개척, 해외 진출 등 난도가 높은 것들이다. 실제 임원으로 등용되면 입사 동기보다 보수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된다.
현재 NTT의 임원 약 150명은 대부분 50세 이상이다. 하지만 앞으로 젊은층을 발탁 육성할 뿐 아니라 실력주의 인사평가 비중도 높인다. NTT는 사원 개인의 직무를 명확히 해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는 ‘직무 중심’ 인사제도를 지난해 10월부터 전 관리직에 도입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디지털 분야 중심으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일본 기업이 인재 유출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통적인 대기업 인사시스템인 연공서열 제도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무기기 회사인 리코는 오는 4월 1일부로 경영기획부장에 46세 직원을 발탁했다. 이전까지 통상 경영기획부장은 60대가 맡았다. 사무기기 회사에서 디지털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을 목표로 하면서 연령대를 낮춘 것이다. 이 회사는 경영기획부 내에서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중요 자리에 30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는 2004년 연공서열제를 폐지했고, 지난해에는 호봉제 대신 임금 인상폭을 성과 평가로만 결정하는 새 임금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가전기업 소니는 2015년 ‘잡 그레이드제’란 이름으로 직무 중심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전체 2만여 명의 직원을 총 10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로 5만∼10만 엔의 월급 차이를 뒀다. 상여금까지 포함하면 연간 수백만 엔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사설에서 “주요 7개국(G7) 중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최하이고, 실질평균임금은 한국보다 뒤처졌다”며 “문제의 근저에 종신고용, 연공서열을 골격으로 하는 일본형 고용·인사시스템이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