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타트업 열기가 지나치게 뜨겁다. 2015년에 자산가치 10억달러(약 1조1907억원)을 넘는 스타트업이 80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900개를 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과거에는 투자자를 찾으려 애를 썼지만 지금은 투자자가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찾으러 다니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스타트업 설립자가 금요일 투자금을 모으기 시작하면 이틀 만인 일요일 밤에 예정된 투자금을 마련하는 미친 상황이다.
블룸버그의 스타트업 투자회사인 블룸버그 베타의 투자자인 로이 바하트는 “볼이 한 개만 튀는 것이 아니라 만개가 한꺼번에 튀는 상황”이라며 “어느 것을 봐야 할 지조차 알 수 없다. 정말 난장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두시간씩 급히 투자해야할 대상이 무엇인지를 가리는데 몰두하고 있다.
이같은 광란의 투자열기는 2년여 이어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사람들과 기업들이 갈수록 기술기업에 더 많이 기울어지면서 조성된 것이다. 인공지능, 핵기술, 전기자동차, 우주여행 등 여러 분야에서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투자자들은 말하고 있다. 기술기업들이 최근 10여년 동안 주식시장을 주도해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식품배달, 원격근로 소프트웨어, 통신건강서비스 등 한계가 있는 기업들까지 투자열기가 넘나들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면 생존하기 어려운 업종 들이다. 지난 연말 투자 열기는 애플과 같은 기업의 가치가 3조달러(약 3573조원)을 넘으면서 극에 달했다.
그 결과 현금이 풍부한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의 고평가와 급성장으로 모든 분야에서 기업 순위가 바뀌고 있다. 성장 한계가 보이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
캔바스 벤처스사 투자자인 마이크 캐퍼리는 “황금 단지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하룻새 1조달러가 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투자 동향을 추적하는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미 스타트업 기업들은 3300억달러(약 393조원)를 투자받았다. 이는 2020년 1670억달러(약 199조원)의 거의 두배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자산가치가 10억달러를 넘은 기술기업들 숫자가 지난 5년 동안보다 많다. 초기 스타트업의 주투자금 모집으로 마련된 금액의 중간수치가 30% 이상 증가했다고 크런치베이스가 밝혔다. 스타트업의 상장이나 매각으로 실현된 이익이 7740억달러(약 922조원)으로 전년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들어서도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 스타트업 3곳이 눈튀어나올 정도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디지털 화이트보드회사인 미로(Miro)사가 177억5000만달러(약 21조1320억원), 현금지불처리회사 체크아웃닷컴(Checkout.com)사가 400억달러(약 476400억원),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시(OpenSea)사가 133억달러(약 15조8403억원)에 달했다.
투자자들도 거액을 모금하고 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사는 90억달러의 펀드를 모금했고 코슬라 벤처스와 클라이너 퍼킨스사도 각각 20억달러를 모금했다.
한편 거품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올해 이어질 금리 인상과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불투명한 전망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이다. 인수합병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상장한 스타트업 회사들의 주가가 지난해 급락했고 올해 첫 상장 예정이던 인사관리소프트웨어 회사 저스트웍스(Justworks)사의 상장이 시장상황을 이유로 연기됐다. 비트코인의 가격도 지난해 11월보다 40% 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일시적으로 투자열기가 식고 있지만 전체적 전망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매버릭 벤처스사의 투자자인 암바 바타차리야는 “매 순간 투자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과 기업 설립자들 모두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팬데믹 덕분에 마련된 일생에 한 번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가 겸 투자자인 필 리빈은 팬데믹이 사회의 모든 면을 바꿔 놓았으며 스타트업들이 예전에 5년 걸리던 성장을 1년 만에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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