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순회 의장직을 맡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사태와 관련해 EU가 러시아와 독자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 가디언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 바로 전쟁” 발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EU가 자체적으로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와 협상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미국에 의존하기보다 유럽이 자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신뢰성은 주로 대화를 요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미국과 러시아가 대화를 진행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이 조율하는 것도 좋지만 유럽이 러시아와 독자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륙의 안보를 위해서는 유럽의 전략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집단안보체제 구축을 거듭 촉구했다.
EU 외교 정책 책임자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오는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올해 첫 EU 외교위원회(FAC)에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초청했다. 우크라 사태를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다. FAC는 EU 27개 회원국 외교·안보 장관 회의 협의체다.
보렐 대표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진행 중인 국제적인 외교 노력에서 우리의 관여가 계속되고 대서양 연안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지속되길 고대한다”며 “EU와 미국은 유럽 안보의 도전에 직면하기 위해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렐 대표는 우크라 동부 지역을 방문했던 지난 5일 “우리는 더 이상 얄타 시대에 있지 않다. 유럽 안보 문제에서 유럽이 대화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주 양자 안보회담(10일), 러·나토위원회(NRC)(12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13일) 틀을 통해 우크라를 둘러싼 긴장 사태와 관련해 협상했다. 미국은 나토를 주도하고 있고, OSCE에도 참여하고 있다.
유럽국은 나토와 OSCE에 참여하고 있지만 EU 자체는 회담에서 배제됐다. 러시아 역시 미국을 주요 협상국으로 삼고 있으며, 미국과의 협상 결과가 나토·유럽국에도 반영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연쇄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고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우크라는 ‘노르망디 형식’ 회담으로 불리는 4개국 회담을 추진 중이다. 이 회담은 2014년 6월 우크라 동부 돈바스 분쟁 해결을 위해 이들 4개국 정상이 참여한 협상으로, 2015년 돈바스 지역 정전 협정인 ‘민스크 협정’의 이행 수단이 됐다.
이를 위해 옌스 플로트너 독일 총리 외교정책 보좌관과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 외교 보좌관,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우크라에서 만났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지난 11일 “분쟁 종식을 위해 실질적인 방식으로 합의해야 할 때”라며 노르망디 형식 회담 재개에 동의했다.
이후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17~18일 우크라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고 양국 장관은 이 회담을 되살리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이와 별개로 미국과 러시아 간 대화는 계속 진행 중이다.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와 독일을 방문해 당국자들을 만난 데 이어 오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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