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엘리트를 좋아해…‘로즈 장학생’ 행정부 요직 대거 중용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3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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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출범 1주년을 맞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요직을 전통적 엘리트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각각 30여 명만 선발돼 엘리트의 산실로 평가받는 ‘로즈 장학생(Rhodes scholar)’과 ‘연방대법원 재판연구관’(law clerk) 출신들이 백악관과 행정부 요직에 대거 포진했다.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아웃사이더’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통 엘리트 대신 가족과 측근을 중용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바이든 행정부의 참모 정보를 종합한 버지니아대 밀러 센터에 따르면 미 외교안보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핵심 인물이 대부분 로즈장학생 출신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책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46), 존 파이너 부보좌관(46), 엘리자베스 셔우드랜들 국토안보보좌관(63) 등이 대표적이다. 설리번은 예일대, 파이너와 셔우드랜들은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일찍부터 백악관 및 의회에서 참모 생활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외에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고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국내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수전 라이스 국내정책위원회 위원장(58), 과학기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에릭 랜더 과학기술정책국장(65), 브루스 리드 백악관 부비서실장(62) 등도 로즈 장학생 출신이다.

내각에선 실세 장관으로 꼽히는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40),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51)이 있다. 두 사람은 모두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이들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다.

로즈장학금은 광산 거부(巨富)로 19세기 대영제국의 식민정책에 앞장섰던 세실 로즈(1853∼1902)의 유산으로 탄생했다. 세계 각국의 최고 엘리트에게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 기회를 제공하며 미국에서는 16개 지역에서 2명씩 한 해 32명만을 선발한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도 이 돈으로 공부했다.

미 최고 법조 엘리트로 평가받는 ‘연방대법원 재판연구원’ 출신 인사도 상당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법조 수장인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70),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61), 다나 레무스 백악관 법률고문 등이 대표적이다. 로즈장학생인 설리번 보좌관은 진보 성향인 스티븐 브라이어 연방대법관의 재판연구관도 지냈다. 현재 연방대법관 9명 중 존 로버츠 대법원장, 브라이어, 새뮤얼 얼리토,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배럿 등 5명이 젊은 시절 대법관의 재판연구원을 거쳐 본인 또한 대법관에 올랐다.

밀러센터에 따르면 백악관의 국장급 이상 핵심 참모 100명 중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는 모두 78명이었다. 백인이 61%로 흑인(15%), 아시아인(12%), 히스패닉(11%)을 압도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백악관 직원 중 하버드, 예일 등 북동부 8개 명문대(아이비리그) 출신 비율이 41%로 트럼프 행정부(21%)의 배에 이른다고 전했다.

워싱턴 정계에서는 부통령 8년, 상원의원 36년을 지낸 ‘워싱턴 인사이더’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부터 같이 일했던 엘리트 출신을 선호하는 것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설리번 보좌관의 책임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의 혼란 등에도 측근을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 바이든의 인사 방식이 최근 지지율 하락의 배경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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