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즉각적인 경제 제재 부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제재의 목적은 러시아의 공격을 단념시키는 데 있다”며 “만약 지금 (제재가) 발동되면 전쟁 억지 효과를 잃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설득을 진행한다면서도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계산법을 고려하고 그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고안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니 에른스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에 출연해 미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새로운 제재를 즉각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른스트 의원은 “우리는 지금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우리가 거기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CBS 뉴스에서 “우리가 강력한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가세했다.
매콜 의원은 “대통령은 아무런 대가 없이 너무나 많은 양보를 했다”며 “그래서 푸틴 대통령이 약한 냄새를 맡은 것이다. 우리가 억지력을 제공하지 않으면 그는 (우크라이나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현재 제재를 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회담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다만, 미·러는 이번 회담에서 ‘솔직하고 유용한 대화’를 나눴다면서 향후 추가 회담은 물론 미·러 정상간 회담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여지를 남겼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이후 가진 개별 기자회견에서 회담 분위기에 대해 “블링컨 장관이 내게 만족스럽다고 했다”며 “내주 (미국이) 러시아에 서면 답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의 목적은 러시아가 외교의 길을 걸을 준비가 돼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며 “외교적 프로세스를 계속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협상이 아닌 솔직한 의견 교환을 가졌다”며 “이날 논의는 유용했다. 양측은 이제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의 안보보장 요구에 대해선 “미국은 상호주의 정신으로 러시아의 우려를 해결할 수단을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설명하면서 “다음 주 서면으로 러시아와 더 자세한 우려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가 서면 답변을 검토한 뒤 다시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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