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동맹국 간 일치된 대응’을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 총리가 ‘신중한 대응’을 촉구해 미묘한 파열음을 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쥐드도이체 자이퉁 단독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서방에 미칠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며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효과적인 조치를 선택하도록 신중해야 한다”며 “동시에 이것이 우리에게 미칠 결과도 고려해야 한다. 그 누구도 독일에 아무런 결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제재 가능성과 관련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현명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답했다.
숄츠 총리는 미국 및 유럽 국가들과 대응을 조율해 나가고 있다면서 원칙적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 우크라 사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할 경우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유럽연합(EU) 및 미국의 의견과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국 안에서 가능한 조치에 합의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행동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중심축 중 하나이지만, 러시아의 2대 교역국이기도 하다. 특히 가스 의존도가 높은데 최근 완공하고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가 중단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독일은 미국과 영국, 스페인 등 나토가 우크라 무기 지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무기 대신 야전병원을 지원하겠다고 해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이 에스토니아의 독일산 무기 지원을 막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무기 지원이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 외무장관은 잇단 트윗으로 독일이 서방의 단합된 행동을 저해하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 주재 우크라 대사는 이날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독일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요구했다.
더욱이 카이아힘 쇤바흐 독일 해군참모총장(해군총감)이 “푸틴을 존중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비난 여론에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는 전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존중 받을 만하다”면서 러시아가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 대해 “우크라가 반환 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런 ‘균열’ 조짐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기념해 지난 19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 행위가 ‘사소한 침략’(minor incursion)이라면 우리가 무엇을 하고, 하지 않을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발언은 ‘사소한 침략’과 ‘(전면적인) 침공’(invasion)을 구분한 것이냐는 지적과 함께 제재 등 대응에서 동맹국 간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 독일이 나토와 공동 전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거듭 피력했다.
그는 NBC ‘미트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독일인들의 우려에 매우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단호하고 신속하며 효과적이고 단합된 방식으로 대응하기로 결심하고 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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