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24일부터 간선제 대통령 선거가 시작됐다. 임기 7년에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은 다른 내각제 국가와 마찬가지로 평상시에는 상징적인 국가원수 역할에 머물지만 비상 시 총리 후보 지명, 의회 해산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특히 마리오 드라기 현 총리(75)가 유력한 당선 후보여서 선거 결과가 정국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의회는 이날부터 상원 321명, 하원 630명, 지역 대표 58명 등 1009명의 대의원을 소집해 대선 1차 투표를 시작했다. 이탈리아 대선은 로마 가톨릭교회가 교황을 선출하는 제도 ‘콘클라베’(conclave)와 유사하다. 후보 명단은 없고 50세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대의원은 비밀투표 형식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써 내므로 주요 정당의 당론이 결과를 좌우한다.
대의원들은 당선인이 나올 때까지 매일 투표를 한다. 1~3차 투표까지는 대의원 3분의 2(672명) 이상, 4차부터는 과반(505표)을 넘어야 당선된다. 때문에 최소 4차 투표가 이뤄져야 당선인이 결정될 때가 많다. 세르조 마타렐라 현 대통령 또한 2015년 4차 투표에서 당선됐다.
현지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인 드라기 총리를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지난해 2월 취임한 그는 좌, 우파 정당이 두루 참여하는 ‘무지개 내각’을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그가 대통령이 되면 현 내각이 무너져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외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마르타 카르타비아 현 법무장관, 피에르 카시니 상원의원, 통신업체 보다폰 최고경영자(CEO) 출신 비토리오 콜라오 현 기술혁신·디지털전환부장관 등도 거론된다. 대선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좌파 정당 그룹의 반대에 부딪혀 출마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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