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일부러 가스유출 사고 내고 이 핑계로 침공할 수도”
유럽은 러시아 침공 대처 놓고 분열
독일 “러시아 대응용 살상무기 지원 안 해”…영국 “군 파병할 준비”
미국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된 러시아의 병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존 커비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을 따라서 러시아 무력의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며 “(러시아 병력이) 극적이거나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자국 남서부 지역과 서부 지역의 러시아군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남부군관부는 24일 산하 부대 6000명에게 훈련 명령을 내렸다. 소속 항공대와 흑해함대의 수호이(Su)-27SM, Su-34 전폭기 등이 미사일 타격 훈련이 진행된다. 우크라이나와의 서부 국경 일대 서부군관구 근위전차군 소속 전차 100여대, 군인 1000여 명도 29일까지 훈련을 시행한다.
여기에 이날 러시아 소속 1만1000t급 미사일 순양함 ‘바랴크’ 등과 중국의 미사일 구축함 ‘우룸치’ 등이 이날 아라비아해 서쪽 해역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러시아 육해공군은 물론 우방인 중국까지 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통해 서방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투기나 탱크를 앞세운 대규모 전통적 침공보다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칙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까운 친러 분리주의 반군 장악 지역 내 설치된 암모니아가스공장에서 일부러 사고를 낸 후 가스 유출 사고를 핑계로 군대를 파견해 점령하는 방식의 침공이 있을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가상 침공 시나리오를 전했다.
혹은 친러 반군이나 준(準)군사 조직인 민병대를 통해 우크라이나 내 발전소 등 기간시설을 점령하거나, 정체를 숨긴 러시아 특수부대원들이 침투해 동시다발적으로 국지전을 시행하는 전략도 우려되고 있다.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도 녹색군복을 입은 것 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명 ‘그린맨’이나 얼굴을 가린 절체불명의 ‘마스크 부대’가 활동했고, 러시아가 투입한 군사조직으로 판명됐다. NYT는 “러시아가 어떤 전략으로 전쟁을 시작할지 알 수 없어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서방 동맹 내에서는 러시아 대응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25일 침공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독일은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경우 군을 파병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의 까다로운 대화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28일 푸틴과 통화를 하며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핵심 서방 우방인 독일, 프랑스, 영국이 자국 입장에 따라 러시아 대응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크로아티아는 아예 러시아 침공 시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어떤 군대도 파병하지 않으며, 나토에 속한 우리 군인을 마지막 한 명까지 모두 불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이번 사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문제가 아닌, 미국 내 매파가 국내 정치를 이유로 조 바이든 대통령 러시아를 강경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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