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압박에 굴복’…기시다,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으로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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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월 28일 11시 25분


일본 사도 광산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일본 사도 광산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결국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니가타현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방침을 굳혔다고 NHK가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내달 1일 유네스코 추천 기한을 앞두고 연기를 고려하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내년 이후에 추천해도 등재가 확실치 않고 이를 원하는 현지 여론 상황을 고려해 추천 방침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추천 방침을 굳힌 일본 정부는 해당 사안을 내달 1일 내각 회의에서 각의 양해(담당 부처가 결정한 정책을 관련 부처 각료들이 양해해 서명하는 의사결정 형식)한 뒤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결정에 대해 오늘밤 정식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NHK는 전했다.

앞서 일본 문화 심의회는 지난달 28일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 2023년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목표로 할 경우 일본 정부는 내달 1일까지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자 일본 정부는 올해 추천을 미루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차원의 추천 보류 검토는 유네스코가 지난해부터 세계기록유산에 관련국들의 이의 제기가 가능하도록 하고 결론이 날 때까지 등재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중·일 전쟁 중 일본군이 벌인 만행인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제도 변경을 주도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일본 우익 세력들은 사도광산 추천을 추진해야 한다며 기시다 총리를 압박했다.

아베 전 총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을) 내년으로 미루면 등록 가능성이 높아지는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역사전을 당하고 있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중론을 펴는 사람은 늘 같은 논리를 제기한다”며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군함도) 때도 그랬다. 한국의 반응, 반박 준비, 미국 반응 등의 우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확실히 추천해도 등록이 안 될 위험이 있었지만 미뤄도 사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종적으로 한국과 합의하고 등록했지만 지금도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 전 총리 이외에도 자민당 내 보수 의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 회장도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가의 명예에 관련된 사안“이라며 ”추천서는 올해 안에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하야시 외무상도 ”(사도광산 등재에 있어)한국과의 외교적 고려는 없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를 필두로 다수의 자민당 내 보수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기시다 총리는 이번 여름 치뤄질 참의원 선거에도 이번 사안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에 추천하는 쪽으로 입장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한편 일본이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시도에 대해 한국측은 사도광산이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징역에 동원됐다며 일본측에 거세게 반발했다. 사도광산은 에도 시대인 16세기에서 19세기까지 전통 수공예 금 생산을 하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후 메이지 시대에 사도광산을 기계화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투입됐고 한국정부는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로 징용됐다고 주장했다. 사도시가 1995년 공개한 역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조선 1000명 이상이 사도광산 노역에 투입됐다.

그럼에도 일본 문화심의회는 추천후보 선정 당시 사도광산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는 에도시대에만 한정된다며 조선인 노동자 강제 징용 문제는 이번 사안과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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