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8일 오후 니가타현 ‘사도(佐渡) 광산’을 “훌륭한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관계 부처가 참가하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역사적 경위를 포함한 여러 주장에 정부 전체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한국 외교부는 기시다 총리의 발표 뒤 즉각 사도 광산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저지하기 위해 외교부, 교육부, 문화재청 등 부처와 관련 공공기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TF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한일 모두 사도 광산 관련 TF를 구성하면서 앞으로 전방위 역사 논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경색된 한일 관계도 한층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기시다, 자민당 강경파에 휘둘려 선회
기시다 총리가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도 광산의 세계유산 추천으로 돌아선 것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강경파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올해 추천하지 않으면 보수층이 등을 돌려 선거에 악영향이 크다”고 강조해 왔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애초 신청과 관련해 신중론이 우세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세계기록유산을 등재할 때 가맹국의 반대가 있으면 등록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그 제도를 일본이 주도했다. 한국이 반대하면 세계유산 등재가 힘들 수 있다고 일본 정부도 본 것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27일 “(한국이) ‘역사 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일본의 극우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24일 “국가의 명예와 관련돼 있다. 반드시 올해 추천해야만 한다”고 했다. 총리관저 상황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니가타현도 ‘떨어져도 좋다’며 추천을 요청했다. 기시다 총리로선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없으니 추천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8일 “기시다 총리의 판단을 지지한다”고 했다.
○ 군함도 이어 한일 또다시 역사 전쟁
일본 측은 세계유산 신청 범위를 에도 시대(1603∼1867년) 역사까지로 한정했기 때문에 강제 노역과 상관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측은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반영하기 위해 태평양전쟁 때 조선인 노동자 최소 1141명을 강제 동원한 사실도 추천서에 명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선 징용된 조선인이 2000명이 넘는다는 추정도 나왔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위원회 본부에서도 일본의 결정에 부정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하시마 탄광)를 유산으로 등재할 때 “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강제로 노역했다는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군함도와 관련해 ‘전쟁 징용 피해자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일본에 개선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주유네스코 한국대표부 김동기 대사는 “일본의 이번 신청은 유네스코의 권위를 무시하는 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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