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이후 지옥 같은 1년…미얀마 시민들 무너지지 않았다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1일 2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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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미얀마 민주 정부가 군부의 쿠데타로 허무하게 무너진 지 정확히 1년이 지났다.

2021년 2월1일 미얀마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군부 세력은 무력을 앞세워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를 와해시켰다.

NLD는 2020년 11월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으며, 선거 이후 첫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군부는 회의가 시작되기 전 수치와 윈 민 미얀마 대통령 등 기타 관리들을 급습해 억류했다.

군부는 NLD가 83%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11월 선거를 ‘부정선거’라 주장하면서 쿠데타 명분을 내세웠다. NLD는 성명을 통해 국민에게 군부 쿠데타에 저항에 달라며 촉구했다. 수치는 성명을 통해 “군의 행동은 나라를 독재정권으로 되돌리려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군부는 수치를 가두고, 선동 및 부패 등 총 11개 이상의 혐의로 기소했다. 현재 적용된 혐의만 인정돼도 최장 102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갑작스러운 쿠데타로 미얀마인들은 당황했지만 이내 곧 군부 반대 저항이 미얀마 곳곳에서 일어났으며, 그 저항은 1년이 지난 아직도 진행 중이다.

◇민주주의 짓밟은 미얀마 군부…내전으로 격화

미얀마 군부는 무력으로 정권을 잡았다. 미얀마 시민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곳곳에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평화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단체들은 SNS를 통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촉구했으며, 일부 의료진은 소셜미디어(SNS)에 붉은 리본과 함께 태국의 민주화 시위대가 사용하는 ‘세 손가락 경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군부는 평화시위를 잔인하게 진압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12월 양곤 시내에서 군부는 평화롭게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던 시위대를 향해 군용 트럭을 돌진해 여러 명이 사망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쿠데타 이후 1월28일 기준 사망한 시민이 1499명이며, 체포나 구금을 당한 인원도 총 1만181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고문을 당하거나, 즉결 처형을 당해야 했다.

군부의 유혈 진압이 계속되자 시민의 투쟁도 거세졌다. 비폭력 불복종시위(CDM)는 물론이며, 무장 투쟁도 전개됐다.

수치가 소속된 미얀마 전국민주연맹 소속 의원들은 ‘국민통합정부(NUG)’를 출범하고 군부로부터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민방위군(PDF)’ 창설을 발표했다.

미얀마 도심 내에서 평화시위에 한계를 느낀 시위대들은 국경지역에서 소수 민족 무장세력인 카렌민족연합(KNU)나, 카친독립군(KIA)과 연대하기 시작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은 점차 내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미얀마 군부는 주민을 대량 학살하거나 마을을 불태우고, 헬기와 전투기까지 동원해 시민군을 진압하려 했다.

미얀마 군부와 시민군의 ‘내전’으로 민간인들의 피해는 커져만 갔다. 특히 미얀마 군부는 시민군을 진압하는 과정 중 민간인을 살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지난 12월 미얀마 동부 카야주 한 마을에서 노인이나 여성, 어린이 등 난민 약 30명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2명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쿠데타 이후 고통받는 미얀마인들…고향 잃고 빈곤에 빠져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민간인 수만 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으며, 경제적 빈곤에 허덕여야 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약 32만명이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다.

지난 12월 미얀마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향했으며, 미얀마 군부와 시민군 간 분쟁 중 포탄이 태국 국경지역에 떨어지기도 했다.

미얀마의 경제도 군부 쿠데타 이후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OCHA는 미얀마 인구의 약 25%인 1440만명이 원조가 필요한 상태라고 밝혔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미얀마인 약 240만명에게 식량 원조를 했다.

스티븐 앤더슨 WFP 미얀마 사무소장은 “양곤 주변의 저소득 가구 가운데 90% 가까이는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려야 할 정도로 미얀마에서 식량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나 교육 서비스 등 공공 인프라도 붕괴했다.

특히 의료진과 교사들은 쿠데타 이후 시민 불복종 운동에 앞장서면서 정부의 탄압을 받아야 했다. 미얀마 군부는 의료진과 개인 진료소 등 공격했으며, 이러한 영향으로 결국 미얀마는 코로나19 대유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특히 OCHA에 따르면 미얀마 지역 아동들의 정신 건강과 신체에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 미얀마 아동·청소년 약 1200만명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아동들은 사망, 부상, 인신매매 등의 위협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OCHA는 밝혔다.

◇국제 반응은 소극적, 앞으로 교착상태 계속될 듯

미얀마 사태를 둘러싸고 세계 각국에서는 비판 성명과 제재를 가했지만, 미얀마의 현실을 해결하기에는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월10일 수치에게 미얀마 군부가 두 번째로 징역형을 선고하자 “정의에 대한 모욕”이라 표현하며 수치의 석방을 촉구했다.

유엔에서 미얀마 내 대규모 집단학살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난해 12월 유엔자격심사위원회에서는 탈레반과 함께 미얀마 군부의 유엔 가입 결정을 보류했다.

지난해 10월말 개최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군부는 제외됐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도 미얀마 군부는 개의치 않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와에 손을 내밀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미얀마 군정 제재안을 마련하자, 이를 반대했고, 제재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중국은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이를 미얀마 내부의 일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군부를 지지했다. 오히려 지난 1월25일 중국은 미얀마 민주 진영인 NUG에게 미얀마 내 중국 공장을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하거나,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에 올림픽 기간 전투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 또한 지난해 6월 미얀마 군부와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상호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혔으며, 무기 구매 등을 협의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1월 훈센 캄보디아 총리도 미얀마를 방문하면서 미얀마 군부에 정당성을 실어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월14일 미얀마 군부는 대변인을 통해 캄보디아가 올해 ASEAN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만큼, 공정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밝히면서 향후 캄보디아와의 관계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렇듯 외교적으로도 미얀마 상황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요인은 없어 보인다. 결국 미얀마인들조차도 외교나 정치로는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줄어들면서 점차 미얀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도 퍼지고 있다.

그러면서 점차 미얀마의 젊은이들은 총을 들고 무장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얀마 군부와 반 쿠데타 진영 간에 힘의 균형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에도 미얀마 지역에 평화가 찾아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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