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텃세 vs 강국의 힘…한·중 쇼트트랙 대표팀의 장외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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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1일 대한민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현지 훈련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1일 대한민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현지 훈련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30일 쇼트트랙 대표팀이 베이징에 입성한 뒤 각국 대표팀이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수도체육관 등지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쇼트트랙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이 원조 강국 한국을 향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입성 이튿날부터 한국은 매일 각각 한 차례씩 예정된 시간에 스케이트 훈련, 지상훈련 등을 소화 중이다. 2일에도 오전 10시(한국시간)부터 50분 간 5일부터 시작하는 쇼트트랙 혼성계주 결선 등에 대비해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고 시간마다 딱딱하거나 물러지는 경기장 빙질 변화에 적응해가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중국 대표팀은 스케줄을 제대로 소화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예정된 모든 훈련과 1일 오전 훈련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수들은 없었지만 김선태 중국 대표팀 감독이 한국 훈련시간에 등장해 선수들을 지켜보며 전력을 탐색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국 대표팀의 훈련 불참에 대해 런즈웨이(25)는 2일 훈련 이후 “새해(음력 설)였지 않나. 쉬는 날이라 쉰 거다”라고 말했지만 관계자들은 한국이 베이징에 입성한 후 전력 노출을 자제하려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감독과 안현수 코치는 훈련이 끝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통과하지 않는 등 노출을 자제하고 있다. 런즈웨이 등을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은 자국 기자들과의 믹스트존 인터뷰조차 꺼리고 있다. 국내에서 ‘나쁜손’으로 악명 높은 판커신도 2일 “그냥 훈련을 하고 가는 거다. 다음에 하자”며 정중히 사양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1일 중국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들이 김선용 전 한국대표팀 총감독, 안현수 전 대한민국 국가 대표 선수의 지도를 받으며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둔 1일 중국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들이 김선용 전 한국대표팀 총감독, 안현수 전 대한민국 국가 대표 선수의 지도를 받으며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도 중국의 ‘꿍꿍이’에 마음 편할 리는 없다. 다른 선수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이자 ‘입’ 역할도 하는 곽윤기(33·고양시청)는 “동생들이 MZ세대라 그런가 긴장 자체를 잘 안하는데 중국에 대한 의식은 많이 한다. 안방 텃세는 (지난해 10월 1차 국제빙상연맹) 월드컵 때 경험해서 ‘바람만 스쳐도 실격당할 수 있겠다’는 얘기를 나눌 정도로 예민하다. 과거 올림픽의 경우 가령 남자부 경기에서 오심으로 피해를 입으면 여자부 경기에서 이를 감안해주는 분위기 같은 게 있었는데 계속 불리한 판정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쇼트트랙의 경우 이번 올림픽을 단단히 벼르는 상태. 평창 대회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끈 김 감독을 영입한 데 이어 안 코치, 린샤오쥔 등 한국 출신의 금메달리스트들을 데려가며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평창 올림픽에서 500m 금메달을 획득한 우다징(28)이 건재하고 당시 처음 올림픽에 나가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을 획득한 런즈웨이도 자국에서 맞는 두 번째 올림픽에서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노골적인 반칙으로 인한 실격 등으로 올림픽 메달이 없던 판커신(29)도 안방 이점을 한껏 누릴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겨울 올림픽의 효자노릇을 해온 한국 쇼트트랙으로서는 경기하기 가장 힘든 곳에서 식전부터 훈련장 안팎의 불편한 공기까지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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