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긴축 전환 태세…영란은행 6주만에 또 금리 인상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4일 11시 21분


유럽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선제적 금리인상 분위기다. 그동안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던 유럽중앙은행(ECB)은 돌연 긴축적 통화정책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국의 중앙은행 영란은행은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리며 선제적 긴축기조를 이어갔다.

◇英,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연달아 금리 인상

영란은행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높은 0.5%로 인상했다. 영란은행은 지난 12월에 이어 6주 만에 다시 금리를 올리며 정책회의 주기를 기준으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연달아 금리를 올렸다.

9명의 통화정책 위원들 가운데 4명은 금리 인상폭을 0.75%p으로 하기를 원하기도 했다. 또 영란은행은 보유채권의 규모를 줄이는 양적긴축도 서서히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상승 압박이 예상보다 폭넓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영란은행은 전년비 인플레이션이 몇 개월 안에 7%를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미약한 성장을 ‘트레이드오프(맞교환)’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비용과 제품 가격 급등이 영국 경제에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박에 기름을 부을 위험이 금리 인상을 압박했다고 베일리 총재는 설명했다.

금리가 연달아 인상된 것은 기대 인플레이션이 뿌리를 내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방증한다고 BNP파리바마켓360의 폴 홀링스워스 수석 유럽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니(genie)가 병에서 탈출하면 다시 병에 담기가 무척 힘들다”고 덧붙였다.

◇ECB총재, 3월 회의 정책전환 가능성 시사

같은 날 ECB는 기준 금리를 동결했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올해 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달 반 전 피력했던 완화적 기조에서 완전 물러난 태세전환이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진짜 변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높게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가르드 총재는 이르면 3월 10일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정책 전환을 선언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 같은 변화 역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지난달 유럽 대륙의 인플레이션은 전년비 5.1%를 기록해 ECB 목표의 2배를 넘기며 ECB가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할 만큼 강했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다. 인플레이션이 수 개월째 5% 수준에서 고공행진 중이며 지난해 3분기 집값은 전년비로 12% 치솟았다.

ECB의 정책전환 가능성에 달러 대비 유로는 1.2%까지 올랐고 남유럽 국채의 수익률(금리)이 치솟았다. 10년물의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2020년 12월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해 1.664%로 올랐다. 독일국채(분트)의 10년물 금리 역시 0.153%으로 상승해 2019년 3월 이후 최고로 올라갔다.

ECB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아니지만 올해 금리인상으로 유턴할 가능성에 방점이 찍히며 유로존 주변국의 채권시장부터 움직였다고 픽텟자산관리의 프레드릭 두크로제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말했다.

◇“ECB는 연준과 다르다…日 회복 이제 겨우 시작”

다만, 유로존은 영국(+5.4%), 미국(+7%)에 비해 물가압박이 다소 덜하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로존과 미국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유로존 수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으로 대부분 돌아갔다”고 라가르드 총재는 말했다.

그는 “미국 수요는 코로나19 이전보다 30% 높다”며 “미국 경제에 투입된 막대한 규모로 재정을 부양했지만 유로존의 재정부양은 미국에 비해 완만했고 과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다른 중앙은행들도 대부분 긴축이라는 유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날 브라질은 기준금리를 1.5%p 높은 10.75%로 8회 연속 올렸다. 지난주 캐나다는 사상 최저의 금리를 조만간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도 이번주 채권매입을 중단했다.

일본은 예외적이다. 와카타베 마사즈미 일본은행 부총재는 조기 긴축 전망을 일축하며 일본 경제가 이제 겨우 코로나19 회복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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