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 행사에 한복을 입은 여성을 출연시킨 것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중국 측에 공식 항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저자세’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다. 외교부는 “고유문화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전달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외교부는 6일 “한복이 전 세계의 인정을 받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라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관계부처와의 협업 하에 재외공관 등을 통해 한복 등 우리의 고유문화를 국제사회에 지속 홍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요 계기마다 중국 측에 한국 입장을 전달하고 있고 한복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온라인 홍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4일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측은 56개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켰다. 흰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를 입었고, 긴 머리끝에 댕기를 묶은 영락없는 한복 차림이었다. 이 여성은 다른 소수민족과 함께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개막식 전 행사에선 길림성 백산시 문화로 상모를 돌리고 윷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소개됐다 한국 문화가 중국 내 소수민족 문화로 왜곡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같은 영상이 전 세계에 생중계 되자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한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표현했다”며 비판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은 6일 베이징특파원단과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전날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에게) 한국에서 진행되는 논란과 우려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정부 차원의 항의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자부심과 당당함을 가져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하고 건설적으로 중국 각급 당국과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만 말했다.
베이징 개막식에 한복 차림으로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외교적 항의 계획에 대해 “그럴 필요성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 역시 본부에서 공식 항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주요 계기마다 중국 측에 한국 입장을 전달하고 있고 한복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온라인 홍보를 하고 있다”고만 했다.
대선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5일 페이스북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는 글을 올리며 “축제의 시간을 문화공정의 시간으로 삼지 않는가 하는 일각의 우려에 중국 정부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다. 남의 것이 아니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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