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동유럽에 배치될 미군 3000명 중 첫 부대인 육군 82공수사단이 5일 폴란드에 도착했다. 러시아도 이날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벨라루스에 핵 전략폭격기를 출동시키며 맞불을 놨다. 러시아가 조만간 대규모 핵무기 훈련을 벌여 서방을 압박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 ‘마지막 미군’ 이끄는 공수부대 도착
미군은 5일 크리스토퍼 도너휴 장군이 이끄는 육군 82공수사단이 폴란드 제슈프야시온카 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 공항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80km가량 떨어진 곳이다. 도너휴 장군은 지난해 8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 마지막으로 군 수송기에 올라 ‘마지막 미군’으로 불린 인물이다. 18공수사단 소속 미군 300명도 독일에 도착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일 미군 3000명을 폴란드와 루마니아, 독일에 배치하도록 승인한 바 있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북쪽 국경과 맞닿아 있는 벨라루스에 핵 전략폭격기를 출동시키는 등 군사력을 과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초음속 전략폭격기 Tu-22M3 2대가 벨라루스 상공에서 4시간에 걸쳐 초계비행 임무를 수행한 후 기지로 복귀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연합 군사훈련을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서방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3일 미 하원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공격을 포함한 전면적 침공을 위해 병력의 70%를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했다”고 보고했다. 국경에 배치된 대대급 전술부대가 2주 사이 60개에서 83개로 늘어났으며 현재 14개 부대가 추가로 배치되고 있다는 것. 흑해 주변으로 수륙양용 상륙함과 전투함 등을 배치하는 등 해군 병력도 증강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이날 러시아가 친러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지역인 동부 돈바스에 장갑차, 탱크, 드론 등의 무기와 연료를 보급했다고 밝혔다.
○ 러, 대규모 핵무기 훈련 움직임
FT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이달 중순에서 3월까지를 우크라이나 침공의 최적기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가 이달 중순경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포함된 대규모 핵무기 훈련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 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려 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은 4497개(지난해 기준)로 세계 1위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면적인 핵전쟁을 일으키기엔 부족하다는 걸 이해하고 있길 바란다”며 푸틴의 핵 위협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군과 정보당국은 현재 배치된 러시아 병력만으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지적 침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시 우크라이나군은 5000∼2만5000명, 러시아군은 3000∼1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특히 민간인은 5만 명 이상 사망할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추정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미사일 방어 및 드론 대응 시스템 등 제공을 희망하는 무기 목록을 보냈다고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이 전했다. 폴란드 정부도 다음 주부터 우크라이나에 박격포, 수류탄 등 무기 공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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