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션지 보그(Vogue)가 최근 한복풍 의상을 ‘중국의 한푸(Hanfu)’라고 소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매체는 한복을 두고 “중국에서 진정한 형태의 역사적 의복 양식 중 하나로 여겨진다”고도 설명했다.
보그는 지난 2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인 유튜버 스인(十音·Shiyin)의 사진을 올린 뒤, 그가 입은 의상을 ‘한푸’로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스인은 2020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한푸는 한복이 아니다. 역사를 존중하라. 한국은 항상 중국의 영향권에 있었다. 한복 역시 그런 문화적 영향을 받은 복식”이라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한푸는 오랜 역사를 보유했으며 동아시아 국가에게 영향을 줬다”고 재차 주장했다.
보그는 이어 “유행에 민감한 중국 젊은 층에서 ‘한푸 열풍’이 불고 있다. 2019년 356만 명에서 2020년 600만 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면서 “웨이보에서는 한푸의 조회 수가 48억9000만 회를 넘었고, 틱톡(더우인)에서는 한푸 영상이 477억 회 이상 조회됐다”고 했다.
보그의 이같은 게시물은 지난 4일 중국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행사에 한복 차림 여성을 등장시켜 국내 비판 여론이 거세진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해당 글에는 “제정신이냐” “글로벌 패션지로서 부끄럽지도 않은가” 등 분노의 댓글이 이어졌다.
한편 중국은 이른바 ‘한복 공정’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2020년에는 한 게임회사가 ‘한복=명나라 의상’이라는 식의 자국 이용자들 주장에 동조해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55개 소수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을 등장시켰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당당히 맞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짚어줘야 한다”면서 “우리는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한복은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는 진실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던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은 “소수민족은 양국 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싸우자고 덤비는 순간 과연 실익이 뭐가 있느냐”며 공식 항의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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