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 ‘문서훼손 불법’ 만류에도… 브리핑 문건 등 민감자료 찢어 버려”
조각 찾아 붙인 문건 의회에 내기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임기 내내 각종 보고서와 서신 같은 중요 대통령기록물을 상습적으로 훼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비서진으로부터 현행법 위반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문서를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WP가 전직 백악관 비서진과 관계자를 비롯한 11명을 익명으로 인터뷰한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으로 문서를 훼손했다. 그는 브리핑 자료를 비롯해 일정표와 메모, 편지 같은 민감한 기록물도 개의치 않고 찢어서 버렸다. 보통 크게 두 번 찢어 네 조각을 냈지만 가끔은 더 격렬하게 찢어 거의 종이 가루처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찢은 문서를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나 웨스트윙(집무동) 서재 쓰레기통,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 바닥 등에 아무렇게나 버렸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메모와 서신, e메일, 팩스같이 대통령 공식 업무와 관련된 모든 문서는 국가기록보관소에 제출하게 돼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이런 문서를 임의로 훼손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 비서들도 법 위반을 우려해 문서를 훼손하지 말아 달라고 여러 차례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주의를 받았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문서를 찢어버리는 일이 하도 흔하게 벌어진 나머지 비서진은 뒷수습을 도맡다시피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록물을 찢어 버리면 비서진이 산산이 흩어진 종이 조각을 맞춰 투명테이프로 붙이곤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1·6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최근 미국 하원 조사위원회에 제출된 대통령기록물 상당수가 한 번 찢어졌다가 테이프로 이어 붙인 상태였다.
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훼손으로 아예 사라지거나 복구가 불가능해진 문서가 최소 수백 건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통령기록물은 관련 당국 동의를 얻은 다음에야 파기할 수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비서진이 관련 서류들을 ‘소각 봉투’에 넣고 어떤 문서를 보관하고 파기할지를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의 이런 버릇이 사업가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에 담긴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종이를 찢는 것을 즐겼다는 얘기다. 코언은 “종이를 찢는 행위 자체가 트럼프에게 카타르시스와 안도감을 줬다”고 말했다.
제임스 그로스먼 미국역사연합 회장은 “이는 법 위반이지만 문제는 대통령기록물법이 실질적으로 (문서 훼손 금지를) 강제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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