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병력을 늘리면서 전쟁 위기감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미국에 ‘고고도미사일 방어시스템’(THAAD·사드) 배치를 요청했다고 7일(현지 시간) 외신들은 전했다. 사드는 사거리 3000km급 이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군 병력과 장비, 인구와 핵심 시설 등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다.
로이터통신, 타스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외교 소식통은 이날 “사드 시스템의 사격통제레이더 AN/TPY-2는 러시아 내 상당한 지역의 대공 상황을 감시하고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러시아 내 1000km 거리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60마일 떨어져 있는 스몰렌스크주 남동쪽 옐냐 지역에 배치됐던 러시아군 탱크와 포병대 등이 국경에 더 가까운 브랸스크 등으로 이동한 것이 위성 사진을 통해 포착되면서 위협을 느낀 우크라이나 측이 미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안드리 자고로드니우크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이날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러시아의 병력 동원 수준이 키예프나 다른 도시를 점령하기에 충분한 정도다”고 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계속 병력을 추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말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을 따라 병력을 추가했다”며 러시아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병력 3000명을 보내 유사시 나토 신속대응군을 지원토록 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진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을 가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와 대화할 준비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어떤 위협도 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되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움직임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다만 한 번에 돌파구가 열리기엔 어려운 실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타스 통신을 통해 “상황이 지나치게 복잡해 단 한 번 만남으로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군사력을 이용할 경우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의 말을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