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파티게이트 궁지 몰리자 대러 강경 행보로 눈 돌리기 나서
佛 마크롱, 유세 취소하고 러 방문… 자신을 드골에 빗대며 표심 잡기
러 軍수뇌 우크라 코앞 벨라루스로, 미사일-전투기 대거투입 훈련 시작
유럽 주요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속속 외교전에 나섰다. 겉으로는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유럽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자국 내 입지 강화 등 국내 정치에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 “英 존슨, 파티게이트 무마에 이용”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는 10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잇달아 찾는다. 그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와는 양국 군사협력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는 러시아 대응 전략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과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강력히 지지했고 2019년 7월 집권 후에도 줄곧 ‘EU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존슨 총리는 앞서 1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도 “러시아군이 침공하면 영국을 포함한 나토가 적극 반격할 것이며 러시아 어머니들은 아들을 전선에 보낸 것을 후회할 것”이란 자극적인 발언을 내놨다.
존슨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엄격한 봉쇄 정책을 실시하던 2020년 말 본인과 총리실 직원들이 잇따라 방역 수칙을 위반한 채 파티를 즐겼다는 소위 ‘파티게이트’로 최근 집권 보수당 내에서조차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짓 해명으로 일관한 것이 국민 분노를 더 키웠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앞장서는 지도자’란 이미지를 통해 여론의 지지를 다시 얻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5) 또한 현 사태를 선거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최근 당초 계획했던 남부 마르세유 유세 등을 취소하고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잇달아 만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줄곧 자신을 ‘위대한 프랑스’를 주창했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에 빗대고 있다. 드골은 냉전 당시 미국과 옛 소련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독자 노선을 주창해 국민의 열띤 지지를 받았다. 자신 또한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 다툼을 중재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점을 과시해 유권자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 “푸틴은 종신집권 방편으로 삼아”
푸틴 대통령 또한 현 사태를 사실상의 종신 집권 용도로 삼으려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분석했다. 2000년 집권한 푸틴은 그간 개헌 등을 통해 속속 임기 제한을 없앴다. 이론적으로는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36년은 31년간 종신 집권한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넘어선 현대 러시아 지도자의 최장 집권이다.
2014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 푸틴의 지지율은 한때 88%에 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가 하락 등에 따른 경제난 등이 겹치면서 최근 2년 사이 한때 50%대까지 하락했다. 크림반도 합병 당시 ‘강한 러시아’를 주창해 지지율 상승을 경험했던 그가 우크라이나를 거세게 압박해 8년 전처럼 지지율 상승을 노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푸틴이 나토의 동진(東進)을 우려하는 것 또한 종신집권의 장애물로 여기기 때문”이라며 “러시아의 주변국이 서방처럼 민주주의를 채택하면 러시아 국민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을 우려한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군사 위기는 10일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시작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연합 군사훈련에는 러시아군 3만 명을 포함해 S-400 지대공미사일, 판치르 대공방어체계, Su-35 전투기 등 최신식 무기가 대거 투입됐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 최고 사령관들이 이 훈련을 위해 벨라루스로 대거 이동했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동시다발로 침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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