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우크라 대통령 “바이든, 방문해달라”에 백악관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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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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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에 공식 초청했다. 또 48시간 내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 긴급 소집을 요청했다. 이르면 16일 러시아가 대규모로 침공할 수 있다는 경고에 다급해진 우크라이나가 긴급 구조신호(SOS)를 보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군사 및 재정 지원은 물론 러시아의 침공 시 확고한 안전보장(concrete guarantee)도 요구했다.

● 나토 미(未)가입 우크라이나, 美에 안전보장 요구
미 백악관은 13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오전 41분간 통화했다고 밝혔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로 위기 상황을 논의한 것. 두 사람의 통화는 올 들어 세 번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며칠 내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주면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고 (위기)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가 전쟁이 임박했다고 밝힐 때마다 이를 공개 비판하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경고가 나오자 바이든 대통령을 공식 초청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안보 없이 유럽 안보는 불가능하다”며 우크라이나 안전을 확고하게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언급하며 “우리는 아직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강력한 우크라이나 군대만이 우리 안보를 보장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면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루마니아 및 발트해 인근 국가들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사, 재정 지원에 더해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미국의 더 적극적인 군사 개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도 직접 파병은 불가하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 CBS방송에 출연해 “러시아가 침공해도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에서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미군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요청 사실에는 논평을 거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방송에서 “미국인은 즉각 우크라이나에서 나오라”며 자국민 대피령을 내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방문을 요청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셈이다.

● 美 “외교를 위한 시간 줄어들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도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13일 트위터에 “러시아 및 모든 OSCE 참가국들과 48시간 내 회담을 갖고 러시아가 우리 국경과 임시 점령 중인 크림반도에 대한 군사력 재배치 논의를 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비엔나 문서(Vienna document)’에 의거한 우리 요청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단계를 밟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11일 ‘2011 비엔나 문서’에 따라 우크라이나 국경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 활동에 대한 설명을 러시아에 요청했다. 미국 러시아 등 OSCE 57개 회원국이 합의한 외교 문서인 비엔나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이 요청을 거부하면 OSCE 의장은 48시간 내에 회담을 소집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OSCE를 통해서라도 미국과 러시아를 외교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시도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적 해법 마련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외교를 위한) 시간이 확실히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가 조만간 대규모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며 “지난 10일간 러시아가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긴박하게 병력을 증원한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공격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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