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우려에 유럽 정상들 비상…숄츠, 푸틴 만나 ‘최후 담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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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상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푸틴 대통령의 ‘벼랑 끝 전술’로 규정하고 유럽 내 전쟁 발발을 막기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 유럽정상들, 전쟁 막기 위해 최후 총력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64)는 14~15일 우크라이나 키에프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미국이 “16일 러시아 침공이 우력하다”고 주장한 가운데 ‘최후 중재’에 나서는 셈이다.

독일 정부는 13일 “러시아에서는 군사 충돌 완화를 위한 외교적 방안, 우크라이나에서는 무기 공급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이동식 대공 미사일, 전함, 방공시스템을 공급을 요청했다. 독일은 “살상무기는 줄 수 없다”고 버텨왔다. 하지만 전쟁 위기감 고조에 살상무기 공급까지 14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게 된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이날 “우크라이나 위기가 중요한 시점에 접어들었다”며 이번 주 내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발트3국 정상들과 전쟁 방지를 위한 추가회담을 가질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와 스웨덴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자 그간의 중립 노선에도 불구하고 ‘나토 가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인접국들은 16일 침공 가능성에 비상이 걸렸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은 연합훈련을 위해 벨라루스에 대규모 파견한 러시아군이 영구 주도 가능성이 있다며 나토에 병력 증원을 요청했다. 현재 벨라루스에는 3만 명가량의 러시아 병력과 대규모 전투기, 미사일 포대 등이 배치돼있다. 특히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지난해 9월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 로드맵을 발표하고, 국가 통합을 진행 중이다.

전쟁 발발 시 대규모 난민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마리우스 카민스키 내무장관은 1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난민 유입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시 폴란드 동부 치에하누프의 크쥐시토프 코신스키 시에 임시 난민 수용소가 마련될 전망이다.

● 러시아 잠수함 터키 지나 흑해 진입
외교적 합의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에도 러시아 군의 침공 준비는 계속되고 있다. 터키 언론들은 러시아 해군의 디젤전기추진식 잠수함 로스토프-나-도누호가 13일 터키의 내륙 인근 마르마라해를 지나 발칸반도 밑에 있는 흑해를 진격했다고 보도했다.

침공 방법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도 제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만 명의 러시아 군이 벨라루스, 러시아 서부와 크림반도, 흑해 등 3개 방면에서 우크라이나는 포위 중”이라며 일정 지역을 신속히 점령할 수 있는 대대전술단(BTG) 80개 이상, 제공권을 장악할 수호이(Su)-35 전투기 등이 각각의 침공을 위해 준비태세를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 침공 시 수도 키예프 일대를 신속히 점령하거나, 친러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교전 중인 동부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의 남부 해안선을 장악해 동남부 거점 도시 마리우폴를 장악한 후 크림반도와 연계한 러시아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러시아 군이 주요 도시에서 친러 세력을 쿠데타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일간 가디언은 “영국 정부는 러시아군이 키예프 등 일부 지역을 1차 공격한 후 러시아 첩보 기관 연방보안국(FSB)이 2차로 우크라이나 주요도시에 쿠데타를 일으켜 친러시아 지도부를 설치하는 2단계 전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반영하듯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13일 언론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탱크 엔진을 끄고 우리도 다들 집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 서방 진영의 일각에서는 ‘뮌헨 협정’ 당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밝혔다. 뮌헨 협정은 1938년 9월 독일 뮌헨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이 모여 체코 내 독일인 거주 지역인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넘기는 대신 체코 국경을 보장한다는 협정이다. 그러나 다음해 히틀러는 이 협정을 무시하고 체코를 병합했다.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커지면서 14일 현재 39개국 정부가 자국민과 외교관, 대사관 직원들을 탈출시키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매체 노보예브레먀는 전했다. 미국, 영국, 카나다 등은 남은 외교관들을 수도 키예프에서 육로 탈출이 가능한 서부 도시 리비우로 이동시키고 있다. 일본 NHK도 “일본 외무성이 13일 밤 극소수를 제외하고 현지 일본 대사관 직원에게 대피하라고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주가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방을 알 수 있는 결정적인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러, 점령지 치안 통제 헌병까지 배치”
현재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미루어 볼 때 단순한 ‘위협용’이 아니라 실제 전쟁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왔다. 국제안보전문 칼럼니스트 세바스찬 로블린은 13일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에 기고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한 12가지 이유’에서 러시아군 총 병력의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 주변에 배치됐고, 이달부터 이 병력들이 점점 우크라이나 국경과 점점 가까운 곳으로 이동 중이라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 포병이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발사 위치에 자리를 잡았고 공수부대와 공군도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만약 ‘보여주기용’이라면 무기만 배치했을 테지만 후방 지원을 위한 의료, 물자 지원까지 이뤄진 점, 전쟁 뒤 점령지의 치안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방위군(헌병) 30만 명도 동원된 점은 전쟁이 실제 발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을 보여주는 징표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러시아의 협상이 잇달아 결렬되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러시아 대사관이 철수하고 있다는 점도 전쟁 징후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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