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시위를 벌인 개인이나 단체의 이름을 공개하는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이 나왔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 제3소법정은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 발언)를 규제하기 위해 오사카시가 도입한 ‘발언 내용 및 성명 공개’ 조례에 대해 합헌이라고 지난 15일 판결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조례는 인종 등을 이유로 악질적인 차별적 언동을 억제하자는 취지라며 “표현의 자유 제한은 합리적이고, 어쩔 수 없는 한도 내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최고재판소가 지자체의 헤이트스피치 관련 조례에 대한 판단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관 5명 전원이 합헌 의견을 냈다.
앞서 지난 2016년 오사카시는 극우 단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헤이트 스피치를 줄이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헤이트 스피치 억제 조례’를 제정했다. 대학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이 특정 발언을 헤이트 스피치로 판단할 경우, 오사카시가 발언 내용과 함께 개인 및 단체 이름을 공개한다는 조례였다.
이에 오사카시는 극우단체들이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죽여라” “쫓아내라” 등의 혐오 발언을 한 시위 동영상을 온라인에 게재한 사람들에게 조례를 적용했다. 그러자 오사카 시민 8명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후 1심과 2심은 조례가 합헌이라고 판단했고 이날 최고재판소에서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한편 최고재판소는 일본 사법부를 총괄하는 최고의 사법 기관으로 위헌 여부를 따진다.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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