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와 관련해 상대국 영공까지 전투기로 진입해 폭격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기존에 미사일로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 받은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위배 논란이 일었는데 이번에는 전투기로 타국 영공에 진입해 폭격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자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16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위권 발동 요건을 만족시키면 상대국 영공 안에 일본 전투기가 진입해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도 선택지로 생각하는가’라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시 방위상은 “(적국의) 공격을 방어할 때 어쩔 수 없이 필요 최소한도의 조치로서 적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자위의 범위 안에 포함된다”며 일본 정부가 그동안 밝혀 온 방침을 반복했다. 다만 “무력행사 목적으로 자위대를 타국 영역에 보내는 ‘해외파병’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을 영구적으로 포기한다’고 규정한 평화헌법에 기초해 전수방위 원칙을 유지해 오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무력행사를 하는 데 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적 기지 공격능력을 보유하는 방안에 대해 일본 내에서 논란이 많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기시 방위상의 적 기지 공격능력 관련 발언에 대해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해외파병과 국제법 위반의 선제 공격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측면 지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올해 말까지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전략 문서를 개정하겠다면서 “적기지 공격능력을 포함시키는 것도 선택지 중 하나”라고 반복적으로 밝혔다.
도쿄신문은 “안전보장 환경 악화를 이유로 타격력 강화를 포함한 자위대 임무 범위가 갈수록 확대돼 가고 있다”고 17일 지적했다. 또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따라 해외 파병을 전제로 방어전략을 만들면 ‘다른 국가에 위협을 주는 군사대국이 되지 않는다’는 방위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각법제국 장관을 지냈던 사카다 마사히로(阪田雅裕) 씨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적 기지 공격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전수방위라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