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비행 중 심각한 안전 위협”… 모리슨 총리 “中, 부적절한 협박”
국방장관도 “군사행동” 맹비난… 中매체 등선 별다른 반응 없어
濠, 美의 對中견제 동참으로 갈등… 외교-무역 이어 군사긴장 우려
외교와 무역에서 악화일로인 중국과 호주 사이에 군사적 긴장 관계를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구상에 적극 동참하는 호주에 대해 중국이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호주 총리 “협박이라고 볼 수밖에”
20일 대만과 호주 언론에 따르면 호주 국방부는 17일 중국 해군 남해함대 소속 구축함 허페이(合肥)함이 호주 공군 대잠 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향해 레이저빔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호주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공군 대잠 초계기는 당시 호주 북부 공항 상공을 정상 비행 중이었다. 항공기를 향해 레이저빔을 발사하는 행위는 심각한 안전 위협 사건”이라면서 “이는 ‘군사적 행동’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호주 국방부에 따르면 허페이함은 강습상륙함 징강산(井岡山)함과 함께 호주 북부 아라푸라해와 토러스해협을 지나 퀸즐랜드주 인근 산호해로 항행 중이었다.
항공기에 레이저빔을 쏘면 조종사 눈이 순간적으로 보이지 않거나 눈을 다칠 수 있다. 2018년 아프리카 동북부 지부티 중국 기지에서 미군 C-130 수송기를 향해 레이저빔이 잇따라 발사돼 탑승했던 미군 2명이 눈에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20일 “(중국의) 협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부적절하며 정당하지 않은 행위”라고 비난했다. 피터 더턴 국방장관도 호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행동은 매우 공격적”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더턴 장관은 “중국 정부는 중국이 저지른 공격적인 괴롭힘(bully)을 아무도 알지 못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군 당국과 매체들은 이날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中, 미국에 쏠리는 호주 ‘불편’
양국은 최근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호주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겨냥해 구성한 안보협력체 쿼드(Quad)에 일본 인도와 참여했고, 미국 영국과는 오커스(AUKUS)라는 군사동맹을 맺었다. 또 미국과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5개국 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스’에도 들어 있다. 미국은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 이전을 결정하고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일대 연합 훈련을 강화하는 등 대중 압박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호주산 석탄 철광석 와인 소고기 등을 수입하는 중국은 호주의 최대 수출국으로서 2018년 이전까지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호주가 미국의 중국 견제 전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2018년 호주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5세대(5G) 이동통신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배제했다. 이에 중국은 호주산 석탄, 바닷가재, 와인 수입을 막는 무역보복을 가했다. 호주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주장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국제 조사를 강력히 요청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악화됐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미국이 주도한 베이징 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도 동참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양국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자주 벌이며 주변국에 대한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이틀간 공군기 52대를 진입시키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