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 투입을 명령해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럽 중동 등지에 에너지 대란과 식량난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22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는 “유럽은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25%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60%를 넘는다”며 “이미 급등하고 있는 난방과 가스 요금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주요 원유 생산국이면서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말 유럽에 천연가스의 공급을 일부 중단해 천연가스 가격이 당시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곳이어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말 “러시아의 가스 공급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 받을 어떠한 이유도 제시된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유럽은 러시아가 언제든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 삼아 위협해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식량 위기가 닥쳐올 가능성도 높다. 미 금융서비스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생산량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밀이 유럽과 중동 지역의 주식인 빵의 원재료인 것을 감안하면 ‘밥상 물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유럽에 비해 경제 규모가 빈약한 중동 지역에서는 식량난 우려가 더욱 높다. 이집트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밀이 전체 소비량의 80%에 이른다. 레바논과 리비아는 밀 소비량의 40%, 예멘도 20%를 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식량 가격이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에 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비어 에테파 세계식량계획(WFP) 대변인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곡물 가격이 변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미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예멘에서 발생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처하는 것만 해도 벅차 새로운 위기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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