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외무장관 담판 취소…블링컨 “지금은 말 안 돼”

  • 뉴시스
  • 입력 2022년 2월 23일 07시 14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 인정 여파로 이번 주 예정됐던 미·러 외무장관 회담이 결국 취소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금 시점에 (외무장관) 회의를 진척시키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회담 취소 사실을 알렸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주 라브로프 장관과 유럽의 안보에 대한 각국의 우려를 논하기 위해 이번 주, 2월24일에 만나기로 합의했다”라며 “오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을 때”가 전제였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이제 우리는 침공이 시작되고 러시아가 외교에 대한 거부를 명확히 하는 모습을 본다”라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도네츠크·루한스크 독립 인정 및 자국군 진입 명령을 침공으로 본다.

블링컨 장관은 “나는 우리 동맹·파트너국가와 (회담 취소를) 협의했다”라며 “모두가 동의했다”라고 했다. 이어 “오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서한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외교 가능성은 열어뒀다. 러시아가 긴장 완화와 외교적 해결책 모색에 진지하다는 점을 국제 사회에 보여줄 만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됐다면 미국도 여전히 외교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현장의 사실과 러시아의 행동에 기반해 동맹·파트너국가와 긴밀한 협의를 하며 (외교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러시아가 ‘외교의 위장’을 주장하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아울러 러시아가 “전쟁과 충돌로의 행진을 가속하고 있다”라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러시아가 어떻게 전쟁을 위해 동원을 해왔는지 우리 모두가 봤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간 자국이 러시아의 가짜 깃발(false flag) 작전과 거짓말을 미리 예측해 왔다며 “러시아가 추가로 긴장을 고조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신속하고 가혹한 조치를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더 나쁜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그를 추구할 것”이라며 “우리와 파트너국가는 외교에 열려 있다”라고 거듭 말했다.

다만 “러시아도 (외교에) 진지하다는 점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4시간은 그 반대를 입증했다. 지금까지는 (러시아는) 진지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만약 러시아의 접근법이 바뀐다면 우리는 여전히, 나는 여전히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주 블링컨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의 우크라이나 담판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인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고 평화유지군 파견을 지시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행보에 대응해 대외경제은행(VEB) 등 러시아 금융기관과 엘리트층을 상대로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링컨 장관은 “만약 러시아가 긴장을 고조하면, 우리도 그럴(압박을 고조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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