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다음날 “당장 보내는건 아냐”…푸틴, 혼란 유발 노림수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3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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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에 파병 결정을 한 다음날인 22일(현지 시간) “당장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으로 군대를 보내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진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자신의 의중과 진실 여부를 알 수 없게 해 상대를 압박하는 푸틴 특유의 ‘회색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원의 파병 승인 후 언론에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반군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맺은 위협 상황 시 군사협력 규정에 따라 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러시아 군대가 돈바스로 간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나토와 유럽연합(EU) 러시아군 진입을 이미 확인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런 메시지를 내는 것은 서방에 혼란을 주려는 푸틴 특유의 ‘회색전술’이자 군사작전에 심리전, 가짜 뉴스, 정치 공작 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술’이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NYT는 “푸틴은 대규모 공격과 한 국가를 조각조각 해체하는 방식, 비단뱀처럼 쥐어짜는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며 “큰 비용과 군사력이 필요한 전면전보다 단계별로 우크라이나 내부를 파괴하고, 전차를 동원하지 않고도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15일 우크라이나 국경 일대 러시아 일부 부대를 철수했다고 했지만 실제론 병력을 증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전면전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의 DPR, LPR 독립 승인 및 파병 결정 직후 러시아 주가지수인 MOEX지수는 10.5%,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3.4% 급락했다.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센터가 지난해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러시아 통합’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찬성은 25%에 그쳤다.

CNN은 푸틴은 “능숙한 기회주의자이자 실용주의자로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제 푸틴이 다음에 할 일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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