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겨낭해 발표한 새로운 제재 대상에는 과거에는 건드리지 않았던 목표물이 추가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너서클의 가족들이다.
푸틴 대통령 측근들의 아들들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들 측근이 재산을 가족에게 넘겨 자산을 숨기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제재 대상이 공직자와 금융인을 넘어 확장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여준다고 CNN이 2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 독립 인정을 ‘침공의 시작’으로 규정하고 금융기관 등 제재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가 개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데니스 보르트니고프 국영 VTB 은행 이사회 의장과 블라디미르 키리옌코 VK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경제계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들은 부친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정보부 수장이라는 이유로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들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대러시아 제재를 발표하면서 “그들은 크렘린궁 정책의 부패한 이득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함께 고통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 최측근 2명의 아들을 제재하는 것은 같은 날 발표된 러시아 국영은행 2곳에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가 세계 금융 시스템으로부터 차단되는 조치에 비해 비중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푸틴의 이너서클과 그들의 가족이 러시아에서 보유한 권력과 부는 엄청나기 때문에 제재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CNN은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CNN에 “푸틴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숨기기 위해 자녀를 이용하거나 비용 회피, 러시아 국민의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제재 범위를 넓히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 관리들도 “이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제재 노력을 이끌고 있는 데일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다른 러시아 엘리트와 그 가족들도 이제 그들에게도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22일 페이스북에서 자국을 겨냥한 경제 제재에 대해 “워싱턴에서 러시아가 제재 위협 속에서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내가 보기에 서방의 제재 없이 살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그런 환경에서 일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제재가 “러시아 정권의 도둑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푸틴 내부 권력층과 그 가족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르트니고프 의장은 이미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알렉산드르 보르트니고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의 아들이다.
블라디미르 키리옌코는 세르게이 키리옌코 전 총리 겸 현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의 아들로 미국 관리들은 그를 푸틴의 ‘국내정책 큐레이터’로 평가하고 있다.
또 다른 제재 대상자인 페트르 프래드코프는 22일 미 제재 목록에 오른 러시아 군(軍) 은행으로 알려진 프롬스비야즈뱅크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전 총리이자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을 지낸 미하일 프래드코프의 아들이다. 아버지 프래드코프는 지난 2018년 미국 제재의 표적이 됐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가족을 이용해 재산을 숨기는 방식은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지도자급 인사들이 과거부터 사용했던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푸틴과 가까운 엘리트들은 대통령의 측근인 점을 이용해 러시아 국민들이 희생한 비용으로 부를 계속 축적하고 그들의 가족을 권력 최정점에 올려 놓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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